귀농과 귀촌

[청년 귀농 실천 가이드 #79] “귀농 1년 차 선배에게 묻다 – 현실 조언 10가지”

윤복E 2025. 7. 24. 16:44

귀농 1년 차 선배에게 묻다

 

“귀농 1년 차 선배에게 묻다 – 현실 조언 10가지”

귀농을 준비하다 보면, 머릿속에 이론만 쌓이기 쉽다. 책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교육도 받았지만... 진짜 궁금한 건, "실제로 살아보니 어땠어요?"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다.

지난 달, 용기를 내서 우리 지역 귀농 1년 차 선배 한 분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었다. 40대 중반에 서울에서 내려와 현재 고구마와 옥수수를 키우고 계신 김○○님이다. 2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처럼 예비 귀농인에게 꼭 도움이 될 것 같은 조언 10가지를 정리해본다. 모든 내용은 실제 인터뷰를 기반으로, 내가 직접 들은 것만을 담았다.

 

① “초반 3개월은 그냥 적응기라 생각해요”

선배는 첫 마디부터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초반 3개월은 아무것도 안 되는 시기예요. 뭐든 처음이니까, 일단 사람도 낯설고 땅도 낯설고, 기계도 어렵고. 그냥 하루하루 살아남는 게 목표였어요."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도시에서는 모든 게 시스템으로 돌아가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날씨, 흙, 식물의 상태를 내가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해요. 처음엔 그 감각이 전혀 없어서 매일 불안했어요"라는 말이었다.

→ 나도 그랬다. 요즘 하루하루 불안한 마음으로 뭘 준비해야 하나 고민 중인데... 실전은 오히려 '버티기'가 먼저인 걸 들으니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완벽하게 준비하려 하지 말고, 일단 시작하는 용기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

② “이웃이 적응의 80%예요”

귀농이라는 건 결국 '지역 안에 내가 들어가는 일'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작은 인사 하나, 마을 일 손 한 번 돕는 게 훨씬 큰 효과를 줘요. 혼자 잘하려고만 하면 더 멀어져요."

선배는 구체적인 사례도 들려주셨다. "처음 몇 달은 농사일만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마을 회관 청소나 도로 정비 같은 공동작업에 참여하니까, 이웃들이 먼저 말을 걸어주더라고요. 농기계도 빌려주시고, 모르는 거 있으면 가르쳐주시고."

→ 나도 지금부터 이웃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다시 잡아야겠다고 느꼈다. 농사 기술보다 관계 맺기가 먼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③ “기계는 남는 돈으로 먼저 사지 마세요”

"중고 기계 싸다고 덥석 사지 마세요. 저도 그랬다가 창고에 몇 달 묵혔어요." 선배는 웃으면서 이야기했지만, 진지한 조언이었다.

"경운기 하나만 해도, 내가 어떤 작물을 얼마나 키울지, 땅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야 필요한 기능을 선택할 수 있어요. 처음엔 모르니까 이것저것 다 있는 걸 사게 되는데, 실제로는 반도 안 써요."

농사 방식, 땅 상태, 실제 작업량 등을 파악한 후에 사는 게 맞다. 귀농 초기에는 임대이웃 기계 도움받기가 훨씬 효율적이라는 조언이 와닿았다.

→ 나도 농기계 목록을 미리 작성해뒀는데, 다시 한번 점검해봐야겠다. 당장 필수적인 것과 나중에 사도 되는 것을 구분해야겠다.

 

④ “작물을 욕심내지 말고 한두 개만”

선배는 ‘작물 과욕’은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라고 했다.
“나도 처음에 토마토, 상추, 고추, 감자 다 심었어요. 결과요? 다 실패요.”

"각 작물마다 파종 시기, 물주기, 병충해 관리가 다 달라요. 한 번에 여러 개를 하면 제대로 관리할 수가 없어요. 차라리 한두 개 작물이라도 제대로 키워서 성공 경험을 쌓는 게 나아요."

현재는 고구마와 옥수수 두 가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하셨다. "내년에는 고구마 면적을 늘리고, 옥수수는 품종을 바꿔볼 계획이에요. 이렇게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게 안전해요."

→ 나도 텃밭을 상상하며 이것저것 키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욕심을 줄이고 집중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⑤ “농사는 체력입니다. 운동하세요”

귀농을 '여유로운 삶'으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말. "허리, 무릎, 손목이 문제 생기면 아무것도 못해요. 일주일에 두 번이라도 몸 만들어놓으세요."

"도시에서 사무직 하다가 와서, 처음엔 몸이 따라가지 못했어요. 특히 모종 심기, 풀뮤기 같은 반복 작업을 하면 온몸이 아파요. 지금은 새벽에 30분씩 스트레칭하고, 주말에는 등산도 해요."

→ 최근 나도 체력 훈련을 시작했다. 이 말이 더 크게 와닿았다. 농사는 단순히 흙을 만지는 일이 아니라 강도 높은 육체노동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되겠다.

⑥ “가족과 의논은 꼭 충분히”

"귀농하면서 배우자와 갈등이 많았어요. 결정 전엔 더 많이 이야기하고, 가볍게라도 같이 현장에 가보는 게 좋아요."

선배는 이 부분에서 목소리가 조금 무거워졌다. "도시 생활과 너무 달라서, 가족들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특히 아이들 교육 문제, 병원 가는 것 같은 일상적인 불편함들을 미리 같이 경험해보시길 권해요."

→ 나 역시 아내와 여러 번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이 말은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야겠다. 결정은 내가 하더라도, 생활은 가족 모두가 하는 거니까.

⑦ “수익보다 지출 관리가 먼저예요”

선배는 초기에 수익을 기대하면 더 힘들다고 했다. "돈 벌 생각보다, 돈 덜 쓰는 법을 먼저 익히세요. 그게 살아남는 길이에요."

"첫해 고구마 농사로 실제 벌어들인 돈은 200만원 정도였어요. 그런데 농기계 임대비, 비료값, 종자비, 연료비 등을 계산하니까 실질적으로는 거의 남지 않더라고요. 지금은 가능한 한 직접 만들어서 쓰거나, 이웃과 품앗이로 해결하려고 해요."

농기계, 비료, 자재, 집 수리 등... 생각보다 새는 돈이 많다는 말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 나도 초기 투자비용은 많이 계산해봤지만, 지속적인 운영비는 간과했던 것 같다. 가계부 쓰는 습관부터 다시 들여야겠다.

⑧ “행정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세요”

"농기계 임대, 농업 기술센터 교육, 청년 귀농 창업자금 등 다 있는데 모르면 못 쓰고, 모르면 손해예요."

선배는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 제도들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셨다. "군청 농업기술센터에서 분기마다 교육을 해요. 병충해 방제법, 토양 관리, 유기농 인증 과정까지. 무료인데 내용이 정말 좋아요. 또 농기계 임대사업소에서는 하루에 만원 정도로 관리기를 빌릴 수 있어서 초기에 많이 도움됐어요."

→ 최근 귀농교육기관에서 배운 내용이 바로 이 부분이다. 하지만 실제 활용 사례를 들으니 더 구체적으로 와닿는다. 나중엔 구체적인 활용법도 정리해보려 한다.

⑨ “귀농 선배들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초보라고 기죽지 말고, 물어보세요. 처음엔 다 그렇게 배워요."

"저도 처음엔 '이런 기초적인 걸 물어봐도 될까?' 하고 망설였어요. 그런데 오히려 선배들이 가르쳐주는 걸 좋아하세요. 자신의 경험을 나눌 수 있어서 보람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귀농 10년 차 선배에게 따로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한 분은 저보다 먼저 실패도 많이 겪으셨는데, 그 실패담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됐어요. '이런 실수는 하지 마라' 하는 조언들요."

→ 나도 아직 선배들에게 연락드리기가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이 말을 듣고 용기가 생겼다.

⑩ “귀농은 ‘사는 방식’이지 사업이 아니에요”

"처음엔 '사업'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냥 '사는 방식'이라고 느껴요."

이게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이었다. "도시에서는 효율성, 수익성을 따졌잖아요. 그런데 농사는 날씨도 봐야하고, 땅의 컨디션도 봐야하고, 작물의 상태도 관찰해야 해요.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사는 거예요."

"물론 생계는 해결해야하지만, 단기간에 큰 수익을 올리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금방 지쳐요. 대신 5년, 10년 후를 내다보고 천천히 기반을 다지는 게 중요해요."

→ 귀농은 경쟁보다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걸 이해하게 해준 말이었다. 내 마음가짐도 다시 점검해봐야겠다.

 

경험은 최고의 강의다

이번 선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책에서는 절대 배우지 못할 현실을 느꼈다. 2시간의 대화였지만, 몇 개월간의 고민이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특히 '준비 완벽주의'에서 벗어나게 된 점이 가장 큰 수확이다. 모든 걸 미리 준비하고 시작하려 했는데, 오히려 시작하면서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예비 귀농인으로서 준비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통한 배움'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이론적 지식과 실전 경험 사이의 간격을 메워주는 건 결국 선배들의 조언이었다.

앞으로도 귀농 선배들과 계속 연결되고 싶다. 다음 달에는 직접 선배 농장에서 일손도 도우며 실전 경험도 쌓아볼 계획이다. 또 다른 지역 선배들과도 만나서 다양한 관점의 조언을 들어보고 싶다.

귀농은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이번 인터뷰를 통해 확실히 느꼈다.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가면서, 나만의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귀농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