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을 결심하고 땅을 보며, 작물을 고민하던 나에게 가장 막막했던 건 이것이었다.
"언제부터 뭘 준비해야 하지?" 인터넷에선 작물별 재배법은 넘쳐나는데,
연간 일정표처럼 체계적으로 정리된 자료는 드물었다.
그래서 오늘은, 초보 귀농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농작업 흐름을 사계절 기준으로 정리해보려 한다.
봄 (3~5월) – 농사의 시작, 기초 다지기
3월
- 논밭 정비 및 비료 뿌리기 (퇴비, 석회 등)
- 봄감자, 마늘, 양파 등 월동 작물 정리
- 농기계 점검 및 수리 (경운기, 관리기 등)
- 종자 발아율 테스트 및 모종 준비
- 방충망, 터널 등 농자재 구매
4월
- 모종 키우기 시작 (고추, 토마토 등)
- 논물 잡초 제거, 논밭 경운 작업
- 봄작물 파종: 감자, 상추, 열무 등
- 과수 가지치기 및 병충해 예방 살포
- 비닐멀칭 작업으로 토양 온도 관리
5월
- 모종 정식 (고추, 토마토, 오이 등)
- 병해충 초기 방제 시작
- 과수 관리: 꽃솎기, 수분 유도
- 지주세우기 및 터널 설치
- 관수시설 점검 및 설치
봄철 주의사항
봄은 가장 바쁜 시기. 날씨를 예측하며 일정 조율이 중요하다.
- 늦서리 대비: 5월 중순까지도 야간 기온 하락 주의
- 물 관리: 토양이 과습하지 않도록 배수로 정비
- 모종 선별: 병약한 모종은 과감히 제거
- 작업 순서: 토양 준비 → 파종/정식 → 보온 → 관리 순으로
여름 (6~8월) – 성장과 집중 관리의 시기
6월
- 잡초 제거 집중 관리
- 물 관리 중요: 가뭄 대비 관수 준비
- 조기 출하 가능한 작물 수확 시작
- 토마토, 고추 순치기 및 곁순 제거
- 과일 봉지 씌우기 준비
7월
- 병해충 집중 방제 (고온다습 주의)
- 과수 봉지 씌우기, 가지치기
- 장마철 대비 배수로 점검
- 여름 엽채류 연속 재배 시작
- 하우스 환기 및 차광막 설치
8월
- 옥수수, 고구마 등 여름 작물 수확
- 가을작물 준비: 배추, 무 모종 준비
- 극한 더위 대비 작물 보호
- 태풍 대비 시설물 점검 및 보강
- 관수량 증가 및 토양 수분 관리
여름철 핵심 포인트
태풍, 장마 등 기상 상황이 수시로 변수로 작용한다.
- 병해충 관리: 고온다습으로 인한 각종 병해 예방이 최우선
- 물 관리: 작물별 적정 관수량 준수, 과습 방지
- 작업 시간: 새벽과 저녁 시간대 활용, 한낮 작업 금지
- 안전사고 예방: 열사병, 벌초 등 여름철 특유의 위험 요소 주의
가을 (9~11월) – 수확과 재정비의 시간
9월
- 가을작물 정식 (배추, 무 등)
- 과수 수확 시작 (사과, 배 등)
- 밭작물 수확: 고구마, 들깨 등
- 태풍 피해 복구 및 추가 방제
- 김장용 채소 집중 관리
10월
- 김장채소 본격 수확기
- 논벼 수확 및 건조
- 가을철 병해충 최종 방제
- 밤, 대추 등 견과류 수확
- 저장고 정비 및 수확물 보관 준비
11월
- 농기계 정비 및 보관 준비
- 겨울작물 파종 (시금치, 마늘 등)
- 퇴비 살포, 농지 정리
- 월동 준비: 피복작물 파종
- 농산물 직거래 판매 활동 집중
가을철 작업 요령
수확에 집중하면서도 다음 해를 준비하는 이중 작업이 필요하다.
- 수확 타이밍: 작물별 최적 수확기 놓치지 않기
- 저장 관리: 수확 후 적절한 건조 및 저장 방법 적용
- 내년 준비: 토양 개선을 위한 유기물 투입
- 판매 전략: 농산물 출하 시기 조절로 수익 극대화
겨울 (12~2월) – 정리와 공부, 다음 해 설계
12월
- 시설하우스 점검, 보온자재 보강
- 농지 휴식기 관리 (피복작물 정리 등)
- 귀농 교육 수강 및 내년 작부 계획 수립
- 농기계 월동 정비 및 보관
- 농산물 가공 및 저장식품 제조
1월
- 종자 구매, 농기계 점검
- 귀농인 대상 교육 과정 수강 적기
- SNS·블로그로 마케팅 채널 준비
- 내년 농사 계획 구체화
- 농업 관련 자격증 취득 준비
2월
- 비닐하우스 설치 준비
- 파종기계, 관수장치 점검
- 지역 영농조합 협의 및 계약 작물 계획 수립
- 농자재 사전 구매 및 계약
- 토양 검정 의뢰 및 시비 계획 수립
겨울철 활용법
겨울은 농민에게 ‘멈춤’이 아니라 ‘계획의 계절’이다.
- 교육의 계절: 농업기술센터, 농협 등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적극 활용
- 네트워킹: 같은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들과의 정보 교환
- 마케팅 준비: 온라인 쇼핑몰, 직거래 플랫폼 준비
- 장기 계획: 3~5년 단위의 농장 발전 계획 수립
농사는 달력과 함께 가는 삶
농작업 캘린더를 처음 접하면 '너무 많다' 싶지만, 실제로 해보면 일정이 반복된다. 매년 돌아오는 계절 흐름 속에서, 나만의 루틴을 만든다는 게 핵심이다.
계획 없이 시작하면 늘 쫓기고, 일정을 예측하며 준비하면 훨씬 덜 힘들다.
중요한 것은 이 캘린더를 절대적 기준이 아닌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지역별 기후, 재배 품종, 개인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
첫해에는 이 일정을 따라가기만 해도 벅찰 것이다. 하지만 2-3년 차가 되면 나만의 농사 리듬이 생기고, 5년쯤 지나면 날씨만 봐도 오늘 해야 할 일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초보 귀농인일수록 연간 흐름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계획적인 농사를 시작하길 바란다. 농사는 조급함보다는 꾸준함이, 열정보다는 지속가능성이 더 중요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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