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과 귀촌

[청년 귀농 실천 가이드 #48] "선배 귀농인들에게 들은 7가지 현실 조언

윤복E 2025. 7. 12. 16:01

"농사는 땅보다 경험이 먼저다"

귀농을 고민하던 내가 시골에 직접 머물며 느낀 가장 큰 변화는, '혼자만의 계획'에서 '타인의 경험'으로 시선이 넓어졌다는 점이었다.
특히 친구의 농가에서 한 달을 지내며 다양한 선배 귀농인들과 대화할 기회가 생겼고, 그분들이 들려준 현실적인 조언은 지금까지의 내 귀농 계획에 큰 전환점을 주었다.

이 글은 그때 내가 노트에 받아 적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다.
귀농을 ‘생각’하고 있다면, 꼭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이야기를 담았다.

선배 귀농인들에게 들은 7가지 현실

 

① “귀농의 시작은 땅이 아니라 사람이다”

많은 사람이 귀농을 ‘농지 구매’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선배 귀농인 대부분은 “지역 사람들과의 관계가 먼저”라고 했다.
어느 땅에 살 것인지보다 누구와 함께 살 것인지가 정착의 지속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한 선배는 마을 공동체에 스며드는 게 ‘정착 성공의 70%’라고 말했다.
내가 함께 밥을 먹었던 그 마을의 어르신들도 비슷한 말을 했다. “옆집 사람이랑 눈 인사라도 잘해야 오래 살아.”

 

② “처음부터 뭘 심을지 정하지 마세요”

귀농 계획서를 쓸 때, 나는 작물 종류를 너무 빨리 정하려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토질, 기후, 유통, 노동력, 시장 조사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어떤 분은 애초에 블루베리를 계획했다가, 수확 노동 강도와 판로 문제로 고사리로 전환했다고 했다.
“내가 뭘 키우고 싶은지가 아니라, 이 땅이 뭘 좋아하는지를 먼저 물어봐야 해요.”
그 말이 참 인상 깊었다.

 

③ “농사는 매출보다 생존이 먼저예요”

귀농 후 바로 수익을 기대하는 건 위험하다는 경고도 들었다.
수확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첫 해엔 날씨 변수로 수확 자체가 불안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초기에 너무 큰 투자를 하면, 실패 시 복구가 어려워진다고 한다.
한 선배는 “3년 치 생활비를 확보해두고 시작하라”고 말했다.
그 말이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절박한 생존 전략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실감했다.

 

④ “기계보다 몸을 먼저 써보세요”

농기계 구매는 생각보다 큰 투자다.
하지만 초보가 처음부터 고가의 기계를 사는 건 실용성도, 안전성도 떨어진다고 했다.

한 선배는 처음에 500만 원짜리 관리기를 샀다가 1년 후 중고로 팔았다고 한다.
“그 돈이면 대여하고 남아요. 센터에서 배우고, 필요할 때 쓰는 게 훨씬 나아요.”

농업기술센터는 장비 교육은 물론, 정기적인 사용법 워크숍도 운영하고 있었다.
그 정보를 그때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⑤ “작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대부분의 선배들은 초기에 시행착오를 겪었다.
작물 선택 실패, 병해충 대응 미숙, 유통 계약 파기 등 다양한 실수를 겪었지만, 그 경험이 결국 ‘노하우’가 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어떤 선배는 **“실패를 노트에 기록하라”**고 조언했다.
자신의 실패 일지를 보여줬는데, 거기엔 습도 변화, 병충해 시기, 대응 방식까지 꼼꼼히 적혀 있었다.
그 노트 한 권이 교과서보다 더 현실적이었다.

 

⑥ “귀농은 가족 프로젝트예요”

가족과 함께 내려온 이들도, 혼자 귀농한 이들도 공통적으로 말한 건
‘가족의 동의와 이해’가 필수라는 점이다.

“귀농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하는 일이에요.
어떤 결정을 해도, 가족의 동의 없이는 후회로 남아요.”
이 조언은 아직 미혼인 나에게도 크게 와닿았다. 귀농은 삶의 방식이자 공동의 결정이라는 걸 잊지 않으려 한다.

 

⑦ “정보보다 중요한 건 연결이에요”

정부 정책, 농사 기술, 유통 정보보다 더 큰 힘은
마을 사람들과의 끈끈한 연결이라는 걸 여러 귀농인이 강조했다.

그중 한 분은 “귀농 박람회보다 마을 경로잔치가 더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경로잔치에 참석했다가 일자리 제안도 받고, 농기계도 빌릴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도시는 네트워크가 필요하지만, 시골은 인연과 신뢰가 우선이다.

 

 

예비 귀농인을 위한 실전 팁 정리

항목 행동요령
관계 만들기 마을 행사, 주민센터, 농업기술센터 출입 자주 하기
작물 테스트 처음 1~2년은 다양한 작물 소규모 재배 후 판단
귀농 노트 실패 사례, 기후 변화, 감정 기록 등 일지 작성
정부 제도 지역 귀농귀촌종합센터, 농사로 수시 확인
선배 네트워크 지역 귀농인 모임 참여, SNS 지역 채널 활용
 
 
 

나는 지금, ‘귀농인의 생각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한 달의 시골 체험과 선배 귀농인과의 대화 속에서
나는 점점 귀농을 ‘사업’이 아니라 ‘삶의 형태’로 바라보게 되었다.

초보 귀농인에게 가장 필요한 건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유연한 태도와 실패를 받아들이는 용기, 그리고 사람들과의 연결이었다.

아직 나는 귀농을 시작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배들이 들려준 현실 조언은, 나의 첫 삽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었다.

 

“귀농은 머리가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배우는 삶의 방식이다.”

 

혹시 지금 귀농이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선배 귀농인 한 명에게 말을 걸어보자.
그 대화가 당신의 귀농 여정에서 가장 든든한 이정표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