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과 귀촌

[청년 귀농 실천 가이드 #44] “땅 계약, 무조건 싸다고 좋은 게 아니더라고요 – 예비 귀농인의 농지 계약 실전 팁”

윤복E 2025. 7. 11. 13:43

귀농을 결심한 지 6개월. 농지 조사만 해도 머리가 아팠는데, 이제는 진짜 계약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사실 아직 땅을 계약하진 않았다. 하지만, 여러 지역을 둘러보고 부동산과도 상담하면서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멈춘 경험이 몇 번 있다.

왜냐고?

“싸고 넓은데요”라는 부동산 말만 믿고 계약했으면, 몇 천만 원 날릴 뻔한 상황도 있었기 때문이다. 귀농 선배들이 “농지 계약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라”고 말한 이유를 이제는 진짜 뼈저리게 느낀다.

그래서 오늘은 예비 귀농인이 농지 계약을 고려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실전 팁과 주의사항을 공유해 보려고 한다.

 

 

1. 농지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할 7가지

① 그 땅의 ‘지목’은 전이나 답인가?
→ 농지법상 농사는 전(밭), 답(논)에서만 가능하다.
→ ‘대’나 ‘임야’는 용도변경이 불가하거나 어려움. 무허가 농막 설치도 불법이 될 수 있다.

② 농지취득자격증명(NCAC)이 필요한가?
→ 농지를 매입하려면 반드시 시·군청에서 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 1천㎡(약 300평) 이상 매입 시, 영농계획서를 포함한 정식 신청 필요.

③ 토양의 성질과 지형 조건은 어떤가?
→ 아무리 싸도, 물 빠짐 안 되는 땅은 작물 재배에 큰 어려움이 있다.
→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도 서비스(https://soil.rda.go.kr)에서 토양성분 확인 가능.

④ 지적도와 현황이 일치하는가?
→ 실제 현장에 갔을 때, 지적도상의 경계와 다르거나 분쟁 소지가 있는 경우 있음.
→ 한국국토정보공사(LX)의 지적측량 서비스 이용 가능.

⑤ 해당 농지에 보전산지, 개발제한구역 등의 규제가 있는가?
→ 토지이용계획확인원 필수 확인 (https://www.eum.go.kr)

⑥ 농지 외 지원 인프라 존재 여부
→ 도로 접근성, 수도/전기 유무, 주변 농기계창고나 농협 등과의 거리

⑦ 기존 임차인이 있는가? 혹은 묵시적 임대관계는 아닌가?
→ 계약 전에 반드시 등기부등본 확인하자. 기존 임대차 여부와 소유자 정보 필수 체크 항목이다.

 

2. 임대 계약 시 유의사항 (초보 귀농인은 여기서 시작하는 게 현실적)

귀농인의 70% 이상이 초기에 임대 농지로 시작한다. 특히 나처럼 아직 작물도 시험단계고, 정착지도 유동적인 경우에는 임대가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다.

 

계약 시 확인할 항목:

  • 계약 기간: 최소 1년 이상, 권장 2~3년 / 작물 주기에 맞춰 설정
  • 임대료 지불 방식: 연세 vs 분기 vs 현물 지급 (계약 전 반드시 명시)
  • 사용 목적 명확히 명시: 작물 재배용인지, 농막 설치 가능한지
  • 토지 원상복구 조건: 계약 종료 시 복구 범위 명시 여부
  • 토양 상태 및 경계 사진 확보: 계약 당시 현장 상태를 사진으로 기록

Tip. 반드시 ‘임대차계약서’ 서면으로 작성하고, 임대차 확정일자 받아야 분쟁에 대비 가능

 

 

3. 믿을 만한 정보와 사람은 어디에서 찾나?

[청년 귀농 실천 가이드 #43] "농지는 어디서, 어떻게 구하냐고요?" 에서 확인 

 

농지은행 농지연금 통합 포털
→ 귀농 귀촌인을 위한 ‘임대농지’ 목록 제공 / 공공 매칭 시스템이므로 비교적 안전

지역 농업기술센터
→ 지역 특화 작물 추천, 농지 위치 상담, 농가 연결까지 도움 받을 수 있음

농림축산식품부 귀농귀촌 종합센터(그린대로)
→ 지역별 농지 관련 지원 제도와 귀농 박람회 일정 확인 가능

SNS 로컬 커뮤니티, 귀농 카페
→ 직접 해당 지역 주민들과 연락 가능 / 사용 후기도 중요함

 

 

나의 계약 직전 사례 –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멈출 수 있었다

경기도 A지역에서 부동산 소개로 ‘500평 밭’을 보러 간 적이 있다. 가격도 적당했고, 바로 계약하라는 말에 흔들렸다. 하지만 확인해보니…

  • 그 땅은 지목이 ‘임야’였고, 실제 농지는 300평도 안 됐다
  • 인근 물 공급이 없어 관정 설치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 임차인이 2년째 사용 중인데 구두 계약 상태라는 말에 정식 계약을 미룬 상황이었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서 나는 배웠다.

“귀농의 시작은 땅이지만, 땅을 고르는 눈은 사람마다 다르다. 공부하고 비교하고 직접 보는 수밖에 없다.”

예비 귀농인의 농지 계약 실전

 

 

예비 귀농인을 위한 체크리스트 (PDF 출력용으로 정리해도 좋아요)

항목확인 여부비고
지목이 ‘전’ 또는 ‘답’인가?  
농지취득자격증명 필요 여부 확인  
등기부등본 확인 완료  
토양 상태, 물 빠짐 확인  
경계 분쟁 위험 여부 확인  
농막, 수도, 전기 가능 여부 확인  
임대계약서 작성 및 확정일자 확보  
 

 

나는 아직 계약하지 않았지만, 이미 ‘선택’ 중이다

농지는 단순한 땅이 아니다. 앞으로 몇 년, 혹은 평생 살아갈 내 삶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계약서를 쓰진 않았다. 하지만 매 주말마다 지역을 돌며 현장을 살펴보고, 비교하고, 적어도 어떤 기준으로 땅을 선택해야 할지를 배워가고 있다.

귀농은 결코 로맨틱한 판타지가 아니다. 그 어떤 직업보다도 치밀한 계획과 현실 감각이 필요한 인생 선택이다. 특히 농지 계약은 ‘성공적인 귀농’이냐 ‘후회로 남는 실패’냐를 가르는 첫 갈림길이다.

나처럼 예비 귀농인이라면, “아직 계약은 이르다”고 말하고 싶다. 대신 정보와 기준을 갖고 조사해나가며, 삶을 설계하는 일부터 시작하자. 농지는 팔 수 있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신중하게, 그리고 끈기 있게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