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을 결심한 지 6개월. 농지 조사만 해도 머리가 아팠는데, 이제는 진짜 계약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사실 아직 땅을 계약하진 않았다. 하지만, 여러 지역을 둘러보고 부동산과도 상담하면서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멈춘 경험이 몇 번 있다.
왜냐고?
“싸고 넓은데요”라는 부동산 말만 믿고 계약했으면, 몇 천만 원 날릴 뻔한 상황도 있었기 때문이다. 귀농 선배들이 “농지 계약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라”고 말한 이유를 이제는 진짜 뼈저리게 느낀다.
그래서 오늘은 예비 귀농인이 농지 계약을 고려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실전 팁과 주의사항을 공유해 보려고 한다.
1. 농지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할 7가지
① 그 땅의 ‘지목’은 전이나 답인가?
→ 농지법상 농사는 전(밭), 답(논)에서만 가능하다.
→ ‘대’나 ‘임야’는 용도변경이 불가하거나 어려움. 무허가 농막 설치도 불법이 될 수 있다.
② 농지취득자격증명(NCAC)이 필요한가?
→ 농지를 매입하려면 반드시 시·군청에서 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 1천㎡(약 300평) 이상 매입 시, 영농계획서를 포함한 정식 신청 필요.
③ 토양의 성질과 지형 조건은 어떤가?
→ 아무리 싸도, 물 빠짐 안 되는 땅은 작물 재배에 큰 어려움이 있다.
→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도 서비스(https://soil.rda.go.kr)에서 토양성분 확인 가능.
④ 지적도와 현황이 일치하는가?
→ 실제 현장에 갔을 때, 지적도상의 경계와 다르거나 분쟁 소지가 있는 경우 있음.
→ 한국국토정보공사(LX)의 지적측량 서비스 이용 가능.
⑤ 해당 농지에 보전산지, 개발제한구역 등의 규제가 있는가?
→ 토지이용계획확인원 필수 확인 (https://www.eum.go.kr)
⑥ 농지 외 지원 인프라 존재 여부
→ 도로 접근성, 수도/전기 유무, 주변 농기계창고나 농협 등과의 거리
⑦ 기존 임차인이 있는가? 혹은 묵시적 임대관계는 아닌가?
→ 계약 전에 반드시 등기부등본 확인하자. 기존 임대차 여부와 소유자 정보 필수 체크 항목이다.
2. 임대 계약 시 유의사항 (초보 귀농인은 여기서 시작하는 게 현실적)
귀농인의 70% 이상이 초기에 임대 농지로 시작한다. 특히 나처럼 아직 작물도 시험단계고, 정착지도 유동적인 경우에는 임대가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다.
계약 시 확인할 항목:
- 계약 기간: 최소 1년 이상, 권장 2~3년 / 작물 주기에 맞춰 설정
- 임대료 지불 방식: 연세 vs 분기 vs 현물 지급 (계약 전 반드시 명시)
- 사용 목적 명확히 명시: 작물 재배용인지, 농막 설치 가능한지
- 토지 원상복구 조건: 계약 종료 시 복구 범위 명시 여부
- 토양 상태 및 경계 사진 확보: 계약 당시 현장 상태를 사진으로 기록
Tip. 반드시 ‘임대차계약서’ 서면으로 작성하고, 임대차 확정일자 받아야 분쟁에 대비 가능
3. 믿을 만한 정보와 사람은 어디에서 찾나?
[청년 귀농 실천 가이드 #43] "농지는 어디서, 어떻게 구하냐고요?" 에서 확인
농지은행 농지연금 통합 포털
→ 귀농 귀촌인을 위한 ‘임대농지’ 목록 제공 / 공공 매칭 시스템이므로 비교적 안전
지역 농업기술센터
→ 지역 특화 작물 추천, 농지 위치 상담, 농가 연결까지 도움 받을 수 있음
농림축산식품부 귀농귀촌 종합센터(그린대로)
→ 지역별 농지 관련 지원 제도와 귀농 박람회 일정 확인 가능
SNS 로컬 커뮤니티, 귀농 카페
→ 직접 해당 지역 주민들과 연락 가능 / 사용 후기도 중요함
나의 계약 직전 사례 –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멈출 수 있었다
경기도 A지역에서 부동산 소개로 ‘500평 밭’을 보러 간 적이 있다. 가격도 적당했고, 바로 계약하라는 말에 흔들렸다. 하지만 확인해보니…
- 그 땅은 지목이 ‘임야’였고, 실제 농지는 300평도 안 됐다
- 인근 물 공급이 없어 관정 설치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 임차인이 2년째 사용 중인데 구두 계약 상태라는 말에 정식 계약을 미룬 상황이었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서 나는 배웠다.
“귀농의 시작은 땅이지만, 땅을 고르는 눈은 사람마다 다르다. 공부하고 비교하고 직접 보는 수밖에 없다.”
예비 귀농인을 위한 체크리스트 (PDF 출력용으로 정리해도 좋아요)
지목이 ‘전’ 또는 ‘답’인가? | ☐ | |
농지취득자격증명 필요 여부 확인 | ☐ | |
등기부등본 확인 완료 | ☐ | |
토양 상태, 물 빠짐 확인 | ☐ | |
경계 분쟁 위험 여부 확인 | ☐ | |
농막, 수도, 전기 가능 여부 확인 | ☐ | |
임대계약서 작성 및 확정일자 확보 | ☐ |
나는 아직 계약하지 않았지만, 이미 ‘선택’ 중이다
농지는 단순한 땅이 아니다. 앞으로 몇 년, 혹은 평생 살아갈 내 삶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계약서를 쓰진 않았다. 하지만 매 주말마다 지역을 돌며 현장을 살펴보고, 비교하고, 적어도 어떤 기준으로 땅을 선택해야 할지를 배워가고 있다.
귀농은 결코 로맨틱한 판타지가 아니다. 그 어떤 직업보다도 치밀한 계획과 현실 감각이 필요한 인생 선택이다. 특히 농지 계약은 ‘성공적인 귀농’이냐 ‘후회로 남는 실패’냐를 가르는 첫 갈림길이다.
나처럼 예비 귀농인이라면, “아직 계약은 이르다”고 말하고 싶다. 대신 정보와 기준을 갖고 조사해나가며, 삶을 설계하는 일부터 시작하자. 농지는 팔 수 있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신중하게, 그리고 끈기 있게 준비하자.
'귀농과 귀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년 귀농 실천 가이드 #46] “체험 후 다시 지어보고 내가 만드는 귀농 시나리오 – ‘살아보기’가 내가 설정한 현실 기준” (0) | 2025.07.12 |
---|---|
[청년 귀농 실천 가이드 #45] “시골에서의 하루는 어떻게 다를까?" (1) | 2025.07.11 |
[청년 귀농 실천 가이드 #43] “농지는 어디서, 어떻게 구하냐고요? (1) | 2025.07.11 |
[청년 귀농 실천 가이드 #42] 농사는 맨몸으로 시작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 기본 장비와 설비 준비 체크리스트" (1) | 2025.07.10 |
[청년 귀농 실천 가이드 #41] "예비 귀농인을 위한 진짜 공부 – 무료 온라인 교육부터 현장 실습까지" (1) | 2025.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