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는 어디서, 어떻게 구하냐고요? 나는 지금 발품 팔며 땅을 공부하는 중입니다”
귀농을 결심하고 지역과 작물을 대략 정한 후, 가장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바로 농지 구하기였다. 처음엔 "그냥 네이버 부동산에서 검색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지금 나는 농지 조사 중이다. 아직 임대도 하지 않았고, 계약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어떤 땅이 좋은 땅인지, 내가 원하는 작물에 맞는 토양과 입지는 어떤 조건인지, 행정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를 파악하는 중이다.
처음엔 “농지구입? 대충 싸고 넓으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그랬다. 그냥 시골에 가면 널린 게 땅인 줄 알았고, 농촌 지역은 도시에 비해 뭐든 저렴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 농지는 함부로 사고팔 수 없다 : 농지법에 따라 '농업경영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구입이 불가능하다. 단순 투자나 주말농장용으로는 개인 명의로 매입할 수 없다는 뜻이다.
- 초보 귀농인에게는 임대가 현실적인 선택이다 : 귀농 초기에 무리하게 구입하기보다, 임대 후 경험을 쌓고 작물에 따라 최적 입지를 파악한 뒤 구입하는 게 더 안정적이라는 조언을 많이 받았다.
- 농지정보를 찾는 플랫폼이 존재한다 : 예전에는 발품이 전부였지만, 요즘은 온라인에서도 어느 정도 탐색이 가능하다.
농지 정보, 어디서 확인할 수 있을까?
1. 농지은행 농지연금 통합 포털
→ 귀농귀촌인을 위한 농지 임대 및 매매 정보를 제공. ‘경영이양직불 농지’, ‘청년농부 우선 임대 농지’ 등 정책 대상자에게 우선 제공되는 토지가 있음
→ https://www.fbo.or.kr/index.do
2. 농림축산식품부 귀농귀촌 종합센터(그린대로) – 지역별 귀농 매물 정보 연계
→ https://www.greendaero.go.kr/ → 지역 정보 → 귀농 매물 및 지원제도 확인 가능
→ 지자체 연계 사업, 정착지원마을 정보 등과 함께 확인 가능
3. 부동산포털
→ 실제 등기부 정보와 공시지가, 토지 이용 계획을 확인할 수 있는 정부 공식 플랫폼
→ https://seereal.lh.or.kr/main.do, https://www.eum.go.kr
→ 농지의 ‘지목’, ‘지역지구’, ‘공시지가’를 통해 작물 적합성과 개발 가능성 검토
나는 이렇게 조사 중이다
나는 아직 농지를 계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래 기준으로 여러 지역과 농지를 비교 중이다.
① 내가 선택한 작물에 적합한 토양인지?
- 고랭지 채소를 원한다면 해발 고도, 일조량, 배수성 등을 따져야 한다
- 로컬 특산작물을 선택한 경우, 그 지역의 토양 특성과 기후를 체크해야 함
② 도로, 창고, 수로, 주택 등 주변 기반시설은?
- 농기계 접근 가능 여부
- 물 공급 수단과 배수 상태
- 인근에 농협, 농자재 상점, 기술센터 존재 여부
③ 법적 제약은 없는가?
- 임야인지 전인지
- 보전산지, 농업보호구역 등 개발제한 여부
- 귀농자 임대 가능 대상 농지인지 확인
발품도 정보다 – 현장에 직접 가봤더니
나는 최근 3주 동안 총 5개의 지역을 직접 다녀왔다. 네이버 지도에 있는 부동산 사무소에 전화를 돌리고, 몇몇 농지주와도 컨택해서 현장을 둘러봤다. 그리고 크게 느낀 점이 있다.
종이와 화면으로는 알 수 없는 정보가 너무 많다!
- 지도엔 평지처럼 보이는데, 막상 가보니 경사가 급하거나 배수가 안 되는 땅
- ‘도로 접함’이라 했지만 실제로는 오르막 흙길로만 접근 가능
- 전기도 없고, 수로도 멀리 떨어진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그래서 나는 이젠 ‘현장방문 없는 계약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귀농 선배들이 그토록 “직접 가봐라”를 외쳤던 이유를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귀농 초보가 꼭 알아야 할 농지 관련 개념
- 지목: 토지의 법적 용도. ‘전’, ‘답’이 실제 농지이고 ‘임야’, ‘대’는 농지 아님
- 지적도/토양도: 국토정보플랫폼이나 농사로에서 확인 가능. 농업 가능 여부 파악
- 농지취득자격증명(NCAC): 농지를 매입하려면 시·군청에서 이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함. 농사계획서 첨부 필요
예비 귀농인을 위한 팁
- 농지 구입보다 임대부터 시작하자 – 부담도 적고 실패해도 리스크가 낮다
- 지자체 농지 매칭 사업 확인 – 청년 귀농 우선 임대 정책은 놓치지 말 것
- 농지은행 사이트 즐겨찾기 – 전국 농지 현황을 시세와 함께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
- 1~2년 사용 후 구입 여부 판단 – 직접 경험 후 결정하는 것이 최선
나는 지금, 땅 위에 계획을 그리고 있습니다
귀농을 꿈꾼다는 건 결국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나는 아직 맨땅에 헤딩 중이다. 농지를 구입한 것도, 임대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매주 주말마다 지역을 답사하고, 부동산 리스트를 정리하고, 땅의 조건과 행정정보를 공부하고 있다.
귀농은 땅과 삶을 함께 설계하는 일이라는 걸 나는 배우고 있다. 아직 내 농지는 없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미 밭이 그려지고, 농막이 세워지고 있다. 귀농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한 발씩 다가가는 여정임을 느낀다.
혹시 지금 땅 구입이 너무 빠른 건 아닐까 망설이고 있다면, 나처럼 ‘농지 조사’부터 시작해보자. 조사하는 것도 귀농 준비의 시작이고, 공부고,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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