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을 준비하면서 내가 가장 오래 고민했던 주제는 바로 '어디로 갈 것인가'였다. 귀농을 결심한 건 단지 농사를 짓고 싶어서가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이란 결국 '어디서' 살아가는가와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겠다는 마음은 섰지만, 전국에 수백 개의 시골 중 어디를 선택해야 할지 막막했다.
처음엔 경기도였지만… 왜 고민이 길어졌는가?
귀농을 막 결심했을 때, 나는 경기도 북부 지역을 눈여겨봤다. 가족들과의 거리도 가깝고, 도시 인프라와 농업의 균형이 잡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연천, 가평, 양평 같은 지역은 귀농인도 많고 비교적 접근성도 좋아 보였다.
하지만 막상 조사해보니, 현실은 간단치 않았다. 농지 가격이 예상보다 높았고, 청년 귀농인을 위한 지원 제도는 오히려 비수도권 지역에 비해 부족한 편이었다. 또, 귀농 인구가 많아지면서 토지 임대 경쟁도 치열했다. 가족과 가까운 건 좋았지만, 내가 꿈꾸던 자립형 농업과는 어딘가 어긋난다는 느낌이 들었다.
직접 답사를 다녀본 세 지역 – 현장에서의 느낌은 달랐다
그래서 나는 실제로 몇 군데 지역을 직접 다녀보기로 했다. 블로그와 영상 속 정보만으로는 알 수 없는 마을의 분위기, 사람들의 태도, 생활 편의 등을 몸으로 느끼고 싶었다.
- 전북 완주: 로컬푸드 운동이 활발하고, 청년 귀농인을 위한 지원도 체계적이었다. 마을 공동체도 살아 있어서 정착의 어려움이 적어 보였다. 하지만 생활 인프라가 제한적이고, 마을 외부인의 유입에 경계심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 강원 평창: 고랭지 채소로 특화된 지역. 기후 변화에 따라 농업에 도전이 있긴 하지만, 친환경 작물과 콘텐츠 융합이 가능할 것 같았다. 다만 겨울철 눈과 도로 상황은 고려 대상이었다.
- 경남 고성: 농지 가격이 비교적 낮고, 청년 귀농 멘토링 제도가 잘 되어 있었다. 기후도 온화하고, 바다와 산이 가까워 농어업 융합도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가족들과의 거리, 긴 이동 시간은 현실적 고민이었다.
답사 후 느낀 건, 종이 위의 장점보다 현장에서 마주한 공기, 사람, 리듬이 훨씬 더 결정적인 요소라는 것이었다.
내가 정착지를 고르는 5가지 기준
- 농업 기술 및 교육 인프라: 농업기술센터, 시범농장, 선배 농가 유무
- 청년 정착 지원: 정착금, 주거 지원, 정책 연계 사업의 폭과 활용성
- 지역 커뮤니티 분위기: 외부인에 대한 수용도, 협력 가능성
- 생활 인프라: 마트, 병원, 대중교통, 인터넷 환경 등 일상적 요소
- 미래 확장 가능성: 농업 외 활동(콘텐츠, 교육, 체험, 가공 등) 연계 여부
이 다섯 가지를 중심으로 각각 지역을 점수화해서 비교했고, 결국은 감정과 논리를 함께 고려해 1순위 지역을 정하게 되었다.
아직 정착지를 못 정했다면 기억해야 할 것들
- 정착은 한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임시로 6개월~1년 살아보며 결정해도 늦지 않다
- 사람을 먼저 만나보자: 선배 귀농인, 마을 주민, 농기센터 직원과 대화해보자
- '살 수 있는 곳'보다 '살고 싶은 곳'을 찾아라: 조건보다 감각이 중요하다
예비 귀농인을 위한 지역 탐색 팁
- 귀농귀촌종합센터 지역정보 서비스: 지역별 지원 제도와 농지 정보 확인 가능
- 1년 살기 프로그램 이용: 체험형 임시 거주로 지역 생활 리허설 가능
- SNS/오픈채팅 지역방 참여: 생생한 로컬 정보 공유
- 직접 발품 팔기: 축제나 행사 때 방문하면 지역 분위기 파악에 도움
나는 지금, 정착할 곳을 고르는 중입니다
나는 아직도 한 지역에 완전히 정착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막연한 지도가 아니라, 내 삶의 우선순위와 가치를 기준으로 지역을 하나하나 좁혀가는 중이다. 지금은 최종 후보지 두 곳을 오가며 실제 생활을 경험해보고 있다.
귀농은 단순히 '농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어디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라는 걸 매일 실감하고 있다. 도시에서는 '집'을 구하는 것이었다면, 귀농에서는 '삶터'를 찾는 일이다. 그 삶터는 단순히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문화,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을 모두 포함한다.
혹시 당신도 아직 지역을 정하지 못했다면,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나처럼 천천히,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그리고 관계를 맺으면서 결정해도 된다. 땅보다 더 중요한 건, 그 땅 위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가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맞다. 정착지 선택은 향후 몇 년간의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사 첫 번째 선택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경험 자체가 더 나은 선택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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