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마을과 연결되었다"
“귀농하면 마을에 잘 어울릴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내가 귀농 준비를 하며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였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낯선 환경보다 더 막막했던 건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이는 법’이었다. 귀농은 단순히 도시에서 시골로 옮겨가는 일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마을 공동체’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그런데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것이 바로 '주민자치회'였다.
주민자치회가 뭐예요? – 주민자치회, 생각보다 훨씬 실질적이었다
어떻게 하면 그들의 삶속에 들어갈수 있을지 고민을 하는중 내가 활동하고 있는 주민자치회를 떠올렸다. 주민자치회라는 단어는 도시에서도 익숙했다.
지금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주민자치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혹시 농촌에도 주민자치회 라는 조직이 있을가?라는 생각에 정보를 찾아보았다. 역시 사람 사는곳은 똑같은지 농촌에서도 주민자치회가 있었다.
처음엔 단순히 '마을 이장을 뽑는 조직'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니 주민자치회는 마을 운영의 실질적인 중심이었다. 도시의 주민자치회와 마찬가지로 마을의 크고 작은 사업 기획, 축제 준비, 청년 활동 지원, 환경 개선, 생활 안전까지 정말 다양한 논의가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용기를 내어 경기도 모 시군의 주민자치회 사무국에 전화를 걸었다. "예비 귀농인인데 관심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라고 말했더니, 뜻밖에도 반갑게 맞아주셨다.
"요즘 청년 분들 관심 많으세요. 직접 오셔서 회의나 간담회 한번 참관해보실래요?"
그 말에 용기를 내어 지역 간담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회의에 앉아보니, ‘내가 들어갈 자리가 보였다’
간담회는 동네 복지회관 2층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마을 어르신들과 청년 활동가, 주민센터 직원 등 1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첫 회의 주제는 ‘올해 마을축제 기획’이었다. 나는 당연히 말없이 앉아만 있을 줄 알았지만, “예비 귀농인이라면서요? 도시에서 오시는 분 눈엔 이 축제가 어떻게 보여요?”라는 말에 갑자기 의견을 말하게 됐다.
외부인이 내가 말한 작은 아이디어가 회의록에 기록되었고, 다음 회의에서 검토 안건으로 올라가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뿌듯함을 느꼈다. 도시에서는 한 번도 회의에서 그렇게 주체적인 경험을 한 적이 없었다. 마을에서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도 실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귀농 전 마을살이 예행연습
나는 이 주민자치회 경험을 ‘귀농 전 마을살이 예행연습’이라고 부르고 싶다. 귀농 이후 마을과의 연결은 단순한 이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쓰레기 분리수거 요일, 경운기 도로 진입 문제, 공동 경작지 분배, 마을행사 참여 등등은 대부분 주민자치회나 마을 회의를 통해 논의되고 결정된다.
실제로 한 선배 귀농인은 이렇게 말해줬다. “농사는 혼자 지어도, 마을은 함께 살아야 해요. 주민자치회는 마을생활의 입구예요.”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이제 내가 어떤 방식으로 마을에 들어가야 하는지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비 귀농인을 위한 주민자치 네트워크 팁
1. 사전 리서치는 온라인부터 시작하자
해당 시군구청 홈페이지, 주민자치회 공식 블로그, 유튜브 검색을 통해 최근 회의 안건이나 주요 활동을 미리 확인해보자. 어떤 일들이 논의되는지 파악하고 가면 훨씬 수월하다.
2. 참여 요청은 조심스럽고 예의 있게
"참관이 가능할까요?" "외부인이지만 배우고 싶습니다"라는 메시지는 상대방의 문을 두드리는 좋은 표현이다. 무작정 찾아가기보다는 먼저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실제 참석 전엔 사전 전화나 이메일 문의 필수
갑작스럽게 회의에 참석하기보다는, 주민자치 담당자에게 미리 연락해 참석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인사하는 것이 매너다. 처음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대부분 친절하게 안내해주신다.
4. 행사나 캠페인 봉사활동부터 시작해보기
마을 축제, 환경 정화활동 등 외부인도 참여할 수 있는 활동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회의보다는 이런 활동이 더 부담 없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마을살이는 관계다, 관계는 과정이다
나는 아직 마을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마을 사람이 되기 위한 준비 중이다. 주민자치회를 통해 나는 ‘이 마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내가 어디에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놀라웠던 건, 이 공동체가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마을이 귀농인을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귀농인이 먼저 다가가려는 용기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내가 먼저 질문하고, 앉고, 도와줄 준비가 되었을 때, 마을은 그 어떤 책보다도 많은 것을 알려주는 살아 있는 교과서가 된다.
나는 지금, 귀농이 아닌 마을에 입문하는 중입니다
귀농은 땅을 얻는 일이 아니라 관계를 뿌리는 일이다.
주민자치회를 통해 나는 '땅을 밟는 귀농'이 아니라 '사람 속에 들어가는 귀농'을 연습하고 있다. 예비 귀농인이라면, 농사법만큼이나 이 마을살이법도 미리 익혀두길 진심으로 추천한다.
농촌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준비된 사람에게는 언제나 열려있다. 나는 그 준비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귀농과 귀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년 귀농 실천 가이드 #40] "어디로 가야 할까? 내가 정착할 마을을 찾기까지의 여정" (0) | 2025.07.10 |
---|---|
[청년 귀농 실천 가이드 #39] “귀농은 결국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며 얻은 것들” (0) | 2025.07.09 |
[청년 귀농 실천 가이드 #37] “내가 직접 발로 뛴 귀농 예정지 답사기 – 지도만 보지 말고, 진짜 가보세요” (0) | 2025.07.09 |
[청년 귀농 실천 가이드 #36] ‘지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나는 농촌 봉사활동부터 시작했다. (0) | 2025.07.08 |
[청년 귀농 실천 가이드 #35] 시골 생활이 심심하지 않냐고요?-심심함의 미학 (2) | 2025.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