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을 준비한 지 1년, 나는 아직 도시를 완전히 떠난 것도 아니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삶을 바라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처음엔 그저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뭔가 ‘다른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다름'이 무엇인지 조금씩 감이 온다. 이 글은 귀농을 통해 나의 삶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정리해본 기록이다.
'돈, 효율, 경쟁' 중심에서 '건강, 관계, 균형'으로
서울에서의 내 삶은 분 단위로 돌아갔다. 아침 7시에 눈을 뜨고, 지하철에서 밀려 들어가며 출근하고, 점심도 '30분 안에 처리해야 할 미션'처럼 흘러갔다. 하지만 귀농을 준비하면서 시골 사람들의 삶을 가까이서 보게 되자, 시간이 다른 방식으로 흘러가는 걸 느꼈다.
'바쁘게 산다'는 건 내가 내 삶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뜻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시골에서는 오전 11시에 이웃이 김치전을 부쳐오면, 일을 멈추고 함께 앉아 먹는다. 어느 날은 '비 온다니까 오전에 상추 다 따놔야 한다'며 계획이 완전히 바뀐다.
예전 같으면 이런 예측 불가능성이 스트레스였겠지만, 지금은 자연과 호흡하는 방식 자체가 '진짜 살아있는 느낌'을 준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삶의 리듬이 바뀌고, 날씨가 하루 일과를 결정하는 일이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그게 더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가 기준이 되다
도시에서의 커리어는 늘 '성과'로 평가받는다. 내가 얼마를 벌었는지, 어떤 자격증을 땄는지, 어느 조직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맡았는지가 나를 설명하는 기준이었다. 자기소개를 할 때도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부터 이야기했다.
하지만 귀농을 준비하며 만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농사 잘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진심을 다하는 사람이 결국 살아남아요." "지역에서 같이 밥 먹고 같이 행사 도우면서, 얼굴 익히는 게 진짜예요."
나는 이런 말을 처음엔 흘려들었지만, 지금은 그게 '기술'보다 더 본질적이라는 걸 느낀다. 귀농은 결국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떤 태도로 삶을 대하느냐의 문제였다.
실제로 귀농 선배들을 보면, 농사 기술이 뛰어나서 성공한 사람보다는 지역 사람들과 진정성 있게 관계를 맺고, 자연의 리듬에 겸손하게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오래 버텨내는 것 같다. 그들은 '성공'보다는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한다.
‘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감각’
서울에서는 내가 중심이었다. 출퇴근, 회식, 자기계발까지 모든 일정이 나를 위한 것이었고, 주변은 내가 짜놓은 시간표 속에서 ‘효율적으로’ 존재했다.
그런데 귀농을 준비하면서 마을 회관에서 함께 식사하고,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지역 행사에 참석하면서 문득 깨달았다.
'나'보다 '우리'를 먼저 고려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 비닐하우스 견학보다, 지역 어르신의 말동무가 더 중요한 날도 있었다. '이웃이 잘 되어야 나도 잘 된다'는 말이 실감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농촌에서는 혼자 잘 살기 어렵다. 농기계를 함께 사용하고, 농사철에 서로 일손을 도우며, 정보와 경험을 나누는 것이 필수다. 도시에서는 개인의 성취가 중요했다면, 여기서는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이 더 중요하다.
지금 나는 내 삶을 '나 하나'가 아닌, '공동체의 흐름' 속에 놓고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때로 답답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더 큰 안정감을 준다.
삶의 우선순위가 이렇게 바뀌었다
과거 도시 생활 | 지금 귀농 준비 생활 |
수입과 커리어 | 건강과 지속 가능성 |
경쟁과 효율 | 관계와 협력 |
속도 중심 | 리듬 중심 |
온라인 중심 | 오프라인 소통 |
자아실현 | 생태적 균형 |
이 우선순위의 변화는 단순한 사고방식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생활 방식, 인간관계, 일과 휴식의 패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뜰 때, ‘오늘 뭐 하지?’가 아니라 ‘오늘 어떤 날씨일까?’부터 생각하는 삶. 그건 내가 그토록 원했던 ‘사람답게 사는 일’의 시작이었다.
예비 귀농인을 위한 현실 조언
- 귀농은 직업이 아니라 '삶의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사표만 던진다고 귀농이 시작되는 게 아니다. 일상의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진짜다. 도시에서부터 조금씩 삶의 속도를 늦추고, 자연과 가까워지는 연습을 해보자.
- 내가 먼저 바뀌지 않으면, 어디에 가든 같은 문제에 부딪힌다. '시골은 불편해'가 아니라 '나는 느리게 사는 법을 몰랐다'일지도 모른다. 환경을 탓하기 전에 내 마음가짐부터 점검해보자.
- 삶의 속도를 줄이면, 사람과 자연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게 내가 귀농을 통해 진짜 얻은 변화다. 바쁘게 지나쳤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 준비는 충분히, 실행은 과감하게. 귀농은 인생을 바꾸는 큰 결정이다. 하지만 너무 완벽하게 준비하려다가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는, 충분히 준비한 후에는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지금, 삶을 다시 디자인하는 중입니다
귀농은 농사를 짓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건 내가 살아가는 우선순위를 다시 짜고, 무엇이 소중한지를 다시 배우는 과정이었다.
수확은 없지만 성장은 있다. 돈은 안 벌렸지만 마음은 여유롭다. 사람들이 말하던 '진짜 삶'이 이런 거였구나, 하는 감각을 나는 지금, 하루하루 쌓아가는 중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실제로 농사를 지으면서 부딪힐 현실적인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은 분명해졌다.
귀농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귀농은 삶을 바꾸는 선택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다시 짜보겠다는 용기라고.
'귀농과 귀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년 귀농 실천 가이드 #41] "예비 귀농인을 위한 진짜 공부 – 무료 온라인 교육부터 현장 실습까지" (1) | 2025.07.10 |
---|---|
[청년 귀농 실천 가이드 #40] "어디로 가야 할까? 내가 정착할 마을을 찾기까지의 여정" (0) | 2025.07.10 |
[청년 귀농 실천 가이드 #38] 주민자치회, 귀농인의 마을살이 입문서가 되다 (0) | 2025.07.09 |
[청년 귀농 실천 가이드 #37] “내가 직접 발로 뛴 귀농 예정지 답사기 – 지도만 보지 말고, 진짜 가보세요” (0) | 2025.07.09 |
[청년 귀농 실천 가이드 #36] ‘지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나는 농촌 봉사활동부터 시작했다. (0) | 2025.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