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과 귀촌

[청년 귀농 실전 가이드 #2] 청년 귀농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한 일 7가지

윤복E 2025. 6. 27. 21:35

막연했던 귀농, 진짜 준비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귀농이라는 단어는 처음엔 내게 낯설고 조금은 막연한 개념이었다. 뉴스나 다큐멘터리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누군가의 특별한 선택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살아가며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가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정말 이런 삶을 계속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주어진 루틴 속에서 나를 잃어가는 기분이었고, 자유롭고 자립적인 삶을 원한다는 내면의 갈망이 점점 커져갔다. 그런 나에게 ‘귀농’은 단순한 전원생활이 아니라, 내 삶을 재설계할 수 있는 하나의 진지한 선택지로 다가왔다.

물론 생각만으로는 아무 일도 바뀌지 않는다. 나는 실제로 귀농이라는 방향성을 탐색하며 하나하나 준비해보기 시작했다.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것부터 현실적인 조건을 정리하고, 정책과 제도에 대해 파악하는 것까지.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귀농이란, 낭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한 삶의 방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늘 이 글은 귀농을 결심하기 이전, 내가 가장 먼저 실천했던 준비 항목들을 정리한 것이다. 나처럼 막연하게 귀농을 고민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현실적인 시작점이 되었으면 한다.

 

청년 귀농을 준비하며

1단계 : 귀농의 현실을 직면하고 방향을 잡다

- 현실적 동기 정리하기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일이었다. 나는 왜 귀농을 생각하게 되었을까? 단순히 도시 생활이 버거워서? 아니면 자연 속에서의 삶에 대한 로망 때문일까? 다양한 이유들이 떠올랐지만, 그중 핵심은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도시에선 매일 남이 정해준 시간표에 따라 살아야 하고, 정해진 루트와 규칙 속에서 행동해야 했다. 그런 환경 속에서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이 흐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귀농을 ‘도망’이 아니라 ‘방향 전환’이라고 정리했다. 수첩에 내가 원하는 삶의 가치와 우선순위를 적어가며, 귀농이라는 결정이 충동이 아닌 구조적인 필요에서 비롯되었음을 확인했다.

 

- 귀농 실패 사례 조사하기
두 번째로는 ‘왜 사람들은 귀농에 실패할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했다. 성공 사례보다는 실패 사례에서 배울 점이 더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블로그,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실제로 귀농을 시도했지만 어려움을 겪고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가장 흔한 실패 요인은 ‘현실과의 괴리’, ‘수익 창출의 어려움’, ‘지역사회 적응 실패’, ‘고립감’ 등이었다. 나는 이 요인들을 엑셀 시트로 정리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한 사전 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다면, 같은 문제를 피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 믿었다.

 

- 나에게 맞는 귀농 유형 정하기
귀농도 유형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는 어떤 방식의 귀농을 원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자급자족형, 소농 창업형, 체험형 농장, 스마트팜형 등 여러 모델 중, 나는 소규모 재배와 지역 브랜딩을 결합한 소농 창업형에 가장 매력을 느꼈다. 이를 위해 어떤 작물을 키울 수 있을지, 어떤 시장을 타깃으로 할지 구상해보았고, 지역 기반 유통 구조에 대해서도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유형을 명확히 정하니, 그에 필요한 준비 항목도 자연스럽게 선명해졌다. 목표가 뚜렷해지자 막연한 두려움이 줄어들었다.

 

2단계: 정부 정책과 재정 현실 점검

- 청년 귀농 지원 정책과 제도 정리하기
나는 ‘청년’이라는 조건이 귀농 준비에 있어 큰 이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청년을 위한 다양한 귀농 정책을 운영하고 있었고,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청년 귀농창업자금 지원제도’였다. 최대 3억 원까지 저리로 지원받을 수 있으며, 사업계획서와 면접, 교육 이수 등이 필수 조건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나는 실제로 각 지자체의 귀농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해당 지역별 조건과 접수 일정, 제출 서류 등을 정리해 엑셀로 목록화했다. 정책은 생각보다 복잡했지만, 한눈에 보기 좋게 정리하고 나니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틀이 생겼다.

또한 ‘귀농 농업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사업’이나 ‘농지은행 임대사업’ 같은 보조 제도들도 함께 조사했다. 청년 귀농 교육 프로그램 역시 지역마다 다르게 운영되고 있어서, 관심 있는 지역 위주로 교육 일정과 신청 요건을 정리해두었다. 이런 제도는 단순히 돈을 지원받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 현실적인 자금 계획과 비용 분석하기
정부 지원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귀농 시 필요한 자금을 현실적으로 계산해보기 시작했다. 주거 비용, 농지 구입 또는 임대비, 작물 재배 초기 비용, 농기계 및 생활 인프라 구축 비용까지 가능한 모든 항목을 리스트업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 매매가가 저렴하지만, 리모델링 비용이 오히려 더 많이 드는 경우도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수리 견적도 따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또한 귀농 초기에는 수익이 거의 없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최소 1년간의 생활비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까지 계획했다. 일시적 귀농 체험을 통해 생활비 구조를 실험해보는 것도 고려 중이다. 나는 모든 비용을 가능하면 보수적으로 산정했고, '최악의 경우에도 생존할 수 있는 귀농 시나리오'를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만들었다. 이 과정은 시간이 많이 들었지만, 두려움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3단계: 인간관계와 실전 감각을 익히기 위한 행동

- 커뮤니티와 네트워크 만들기
혼자서 고민만 한다고 귀농이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는 일’을 의도적으로 시작했다. 청년농부 커뮤니티, SNS 귀농 모임, 지역 로컬 청년단체 등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실제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 귀농인은 ‘혼자였으면 절대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깊게 남았다. 단순한 정보 공유를 넘어, 정서적 공감대와 현실적 조언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이 커뮤니티들이 내게는 큰 자산이 되었다.

나는 이제 매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귀농 준비의 일부라고 느낀다. 이 과정에서 어떤 지역이 나에게 맞을지도 감을 잡게 되었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현실적인 문제들도 미리 알 수 있었다. 사람들과의 연결은 단순한 네트워크가 아니라, 미래 삶의 동반자를 찾는 과정이기도 했다.

 

- 농업 기술 기초 배우기 시작
마지막으로, 나는 농업이라는 분야에 대해 실질적인 감각을 익히기 시작했다. 유튜브 영상이나 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고, 실제로 주말마다 도시 근교 체험 농장에 가서 작물을 심어보고, 수확해보는 경험을 했다. 작물을 심는 깊이, 물 주는 빈도, 토양의 상태까지 모든 것이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일이었다.

나는 이러한 체험들을 노트에 정리하며 나만의 농사 일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농기계 이름, 병충해 예방법, 계절별 작업 스케줄 등을 스스로 정리해보는 일은 의외로 재미있었다. 아직 나는 농사를 지어본 적 없는 도시 청년이지만, 한걸음씩 감각을 익히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