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과 귀촌

[청년 귀농 실전 가이드 #3] 청년 귀농의 가능성과 한계

윤복E 2025. 6. 27. 21:52

귀농은 낭만이 아닌 ‘계산’이 필요한 선택

처음 귀농이라는 단어가 내 머릿속을 스쳤을 때, 나는 그 단어가 주는 감성적인 이미지에 잠시 매료되었다. 푸른 들판, 아침 이슬, 흙냄새, 자급자족하는 평화로운 삶.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미지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귀농은 단순한 낭만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지금 귀농을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다.

단지 도시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지금보다 더 자립적이고 주도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내 안에 자라나면서, 그 방향이 ‘귀농’이라는 키워드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하지만 귀농을 향한 나의 의지는 통계와 현실 앞에서 더욱 단단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흔들리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감성보다는 사실과 데이터에 근거해 귀농이라는 삶을 분석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준비 과정 중에 있다. 이 글은 내가 귀농을 준비하며 참고했던 실제 통계와, 그 데이터를 통해 알게 된 귀농의 가능성과 한계를 정리한 것이다. 나처럼 지금 귀농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 글이 현실적인 기준점이 되기를 바란다.

청년 귀농의 한계

최근 5년간, 청년층(만 39세 이하)의 귀농 비율은 전체 귀농 인구의 약 10~15%를 유지하고 있다. 숫자만 보면 많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매년 수천 명이 귀농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2020년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과 도시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2030세대의 귀농 관심도는 더욱 상승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청년 전용 귀농 정착촌이 생기기도 했고, 지자체 차원에서도 청년 유입을 위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귀농 이후 3년 내 이탈률은 여전히 40% 이상이다. 이는 ‘정착’보다는 ‘체험’에 가까운 귀농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1년 차에 가장 큰 탈락이 집중되는데, 그 이유는 주거 불안정, 소득 불확실성, 지역사회 적응 실패 등이다. 귀농을 꿈꾸는 청년이라면 ‘단순한 이주’가 아니라, 생계와 사회적 연결까지 고려한 총체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 수치가 말해준다.

 

2024년 한 해 동안 실제로 귀농을 선택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통계청이 2025년 3월에 발표한 『2024년 귀농어·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귀농 가구 수는 8,243가구, 귀농 인구는 8,403명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전년도인 2023년 대비 각각 2,064 가구(-20.0%), 2,137명(-20.3%) 감소한 수치다. 이 수치는 단순한 하락이 아니라, 귀농이라는 선택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구조적 변화의 신호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귀농 수요가 잠시 증가했지만, 2022년부터는 매년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고, 2024년 들어서는 처음으로 20% 이상 급감하며 이 흐름이 확고해졌다. 특히 귀농 관련 커뮤니티나 상담 센터에 따르면,
초기 관심은 많지만 실제로 실행까지 가는 경우는 급격히 줄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귀농에 필요한 자본, 정보 부족, 기대와 현실의 차이 등 복합적이다. 나 역시 처음엔 “자연에서 살고 싶다”는 감성적인 이유로 귀농에 끌렸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많은 정보를 보고 판단하려고 한다. 귀농이란 단어에는 수많은 준비와 선택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귀농가구 귀농연령

 

귀농의 경제적 현실과 수익 가능성

많은 청년들이 귀농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질문은 “정말 수익을 낼 수 있을까?”이다. 실제로 소규모 귀농인의 경우, 연간 농업 수익은 평균 1,000만 원 내외로 집계된다. 이 수치는 대부분 단순 작물 판매에 국한된 결과이며, 수익만 놓고 보면 도시의 월급 생활보다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요즘 귀농의 수익 구조는 그보다 훨씬 다양해지고 있다.
직접 가공, 온라인 판매, 농촌 체험 프로그램 운영, 유튜브·SNS 브랜딩 등을 함께 병행할 경우, 연간 3,0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농사를 잘 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브랜딩과 콘텐츠, 판매 전략까지 갖춘 복합적인 역량이 필요하다. 실제로 누구는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작물을 판매하고, 누구는 유튜브에 귀농 일상을 기록해 광고 수익을 얻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체험농장을 운영해 가족 단위 고객을 정기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나는 귀농을 이렇게 정의하게 되었다.
“자연을 즐기며 사는 삶”이 아니라, 농업을 기반으로 한 1인 복합 창업의 시대가 바로 지금의 귀농이라는 것이다.

정부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대응하고 있다.

2025년까지 청년 귀농인을 대상으로 스마트팜 창업 지원과 온라인 유통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 귀농이 단순한 '농사'를 넘어, 농업 + 콘텐츠 + 체험경제가 융합된 복합형 귀농 모델이 주류가 될 것이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특히 지역 연계형 귀농, 로컬 브랜딩, 농촌 유튜브와 같은 분야는 기존의 중장년층보다 청년 세대가 훨씬 경쟁력을 가지기 좋은 영역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창의적인 콘텐츠 기획이 가능한 청년 귀농인은 단순한 농사꾼이 아닌, 지역을 살리고 브랜드를 만드는 창업가로 주목받고 있다.

 

미래 전망: 지속가능한 귀농을 위한 조건

귀농의 미래는 단순히 ‘몇 명이 귀농했는가’라는 숫자가 아니라, 얼마나 정착하고, 지역과 함께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가에 달려 있다. 고령화와 지역 소멸이 가속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청년 귀농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넘어 국가적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큼 요구되는 조건도 높아지고 있다. 미래에는 단순히 농사만 지을 줄 아는 사람보다, 기획, 브랜딩, 유통, 온라인 운영 역량까지 갖춘 ‘로컬 크리에이터형 농부’가 살아남을 것이다. 또한 커뮤니티 기반의 귀농이 핵심이 되고 있다.

과거처럼 혼자 외롭게 땅을 일구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소셜 농업, 공동 농장, 로컬 스타트업 등 협업 구조가 주류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런 변화는 특히 청년 세대에 최적화된 생태계를 만든다.

 

결론적으로, 귀농은 더 이상 ‘힘든 노동’의 상징이 아니다.
오히려 기술과 콘텐츠, 연결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인 자립 모델로 진화 중이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 나 같은 준비자들이 있다. 이제 귀농은 충동이 아닌 계산과 전략으로 접근해야 하는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