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성공의 첫걸음: 체력 준비가 먼저다
꿈과 현실 사이, 귀농의 진짜 모습
귀농을 결심했을 때, 나는 시골의 아침을 상상했다. 이슬 맺힌 들녘을 바라보며 마시는 따뜻한 커피, 풀벌레 소리 들리는 정적 속의 명상 같은 하루.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것처럼, 여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꿈꿨다.
하지만 막상 시골살이를 체험하고 귀농을 준비하면서 깨달았다. 시골은 '여유'가 아니라 '체력'으로 살아내는 곳이었다. 도시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며 살던 내가 마주한 현실은 상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첫 번째 귀농 체험을 갔을 때의 일이다. 오전 6시에 일어나 밭으로 향했는데, 아직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상추밭에서 잡초를 뽑는 일부터 시작됐다. 30분도 안 돼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고, 1시간 후에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게 하루 일과의 시작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노동의 강도'
"시골은 심심하지 않냐"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럴 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심심할 새가 없을 정도로 하루하루는 '일'로 꽉 차 있다.
밭을 일구는 일, 닭장 청소, 창고 정리, 농기구 손질, 비닐하우스 비닐 교체, 계절 따라 바뀌는 작물 관리까지… 몸이 쉴 틈이 없다. 더욱이 이 모든 일들은 날씨와 계절에 따라 타이밍이 정해져 있어서 미룰 수도 없다.
처음엔 단순히 농사만 힘들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힘든 건 그 모든 일을 '스스로' 해야 한다는 거였다. 서울에서 자취할 때는 안 하던 일들이 시골에 오니 기본 생존 조건이 되었다.
무거운 호스를 나르고, 20kg이 넘는 비료 포대를 옮기고, 매일 1만 보 이상 걷고, 무릎 꿇고 잡초를 뽑고, 허리를 굽혀 모종을 심는다. 이 모든 과정을 '하루 이틀'이 아니라 '계속' 해야 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비 오기 전 급하게 고추밭의 지주대를 세우던 날이었다. 200개가 넘는 지주대를 하나씩 땅에 박고, 끈으로 묶어주는 작업을 5시간 동안 계속했다. 그날 밤, 샤워를 하다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깨와 팔뚝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손바닥에는 물집이 여러 개 잡혀 있었다.
체력보다 중요한 건 회복력
처음 귀농 체험을 하던 한 달 동안, 나는 종종 쓰러질 듯 누웠다.
허리는 끊어질 것 같고, 손엔 물집이 잡히고, 다리는 근육통으로 욱신거렸다.
“내가 체력이 약한 편이었나?”
이런 자책도 들었지만, 귀농 선배들은 말했다.
“처음엔 다 그래. 중요한 건 회복력이야.”
이 말을 듣고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체력이 부족한 사람도, 회복력을 기르면 시골살이를 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니까.
그래서 그때부터 ‘몸을 관리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귀농 준비생에게 필요한 생활 루틴
서울에서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도 문제 없었다.
하지만 시골은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쉬는 삶이다.
무리하게 도시의 시간표를 끌고 오면, 몸이 먼저 지친다.
그래서 나는 아래와 같은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다.
- 아침 6시 기상 – 7시부터 밭일 준비
- 오전엔 무조건 야외 작업 (기온이 덜 더울 때)
- 점심 후 1시간 휴식, 스트레칭, 간단한 요가
- 오후에는 실내 작업이나 정비
- 저녁 8시 이후는 휴식과 정리, 10시 취침
단순한 것 같지만, 이 루틴을 꾸준히 지키자 몸이 적응해갔다.
체력이 좋아진 게 아니라, 피로 누적을 막고,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된 거다.
시골에서 더 중요한 ‘근력과 허리’
귀농을 준비하며 헬스장에 등록했다는 말, 처음엔 좀 이상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골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허리 힘과 하체 근력이다.
경운기를 밀 때, 모종을 수백 개 심을 때,
곡괭이로 땅을 파거나, 톱질할 때 전부 하체와 허리의 힘이 필요하다.
나는 평소에 다음과 같은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 스쿼트 20회씩 3세트
- 플랭크 1분씩 3회
- 유산소 운동 30분 걷기
- 스트레칭 루틴 (허리, 무릎, 어깨 중심)
이건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삶의 지속성을 위한 준비였다.
건강이 흔들리면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무너진다는 걸 알게 됐다.
‘귀농 전 체력 다지기’ 체크리스트
예비 귀농인이라면 귀농 준비 목록에 ‘체력 훈련’을 꼭 넣길 추천한다.
- 주 3회 이상 걷기 (1시간 이상)
- 허리, 무릎 관절 튼튼히 하기 (유산소+근력 병행)
- 기본 농기구 사용법 실습 (삽질, 낫질, 호미질)
- 쪼그려 앉은 자세에서 작업 유지 연습
- 틈틈이 손목, 어깨 스트레칭 루틴 만들기
- 체온 조절과 더위/추위에 대한 적응 훈련
처음엔 힘들어도, 꾸준히 하다 보면 확실히 몸이 변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시골살이에서 가장 든든한 기반이 된다.
체력이 곧 생활력이다
시골살이를 낭만적으로만 보면 안 된다. 진짜 중요한 건 '삶을 지속할 수 있는 몸'이다. 아무리 좋은 농지를 구하고, 완벽한 사업 계획을 세워도 몸이 받쳐주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에이, 하다 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실제로 많은 귀농 초년생들이 체력 문제로 중도 포기하거나, 몸을 다쳐 도시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농촌진흥청의 통계에 따르면, 귀농 후 3년 이내 실패하는 경우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신체적 부적응'이다. 특히 40대 이상 귀농인들에게서 이런 문제가 더 자주 나타난다.
몸이 무너지면 마음도 무너지고, 의욕도 따라 무너진다. 반대로 체력이 뒷받침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귀농의 가장 기본은 농지나 창업자금이 아니라 몸이다. 건강한 몸이 있어야 지속가능한 귀농이 가능하다.
예비 귀농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
귀농을 준비하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몸’은 귀농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나처럼 책상 앞에서 일하던 삶에서, 하루 종일 땀 흘리는 삶으로 바뀌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조금씩 준비하고, 루틴을 만들고, 몸을 아끼고 단련하는 것이
귀농을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전략이다.
나는 지금도 매일 근력 운동을 하고, 일과 후엔 반드시 스트레칭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렇게 한 달, 세 달, 반년이 지나니
몸이 시골에 적응했고, 나는 더 이상 체력 걱정을 덜게 되었다.
귀농은 여유를 찾아 떠나는 게 아니다.
삶을 다시 ‘만들어가는’ 도전이고,
그 도전의 첫걸음은 ‘체력’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
귀농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순간적인 폭발력보다는 꾸준히 달려야하는 마라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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