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과 귀촌

[청년 귀농 실천 가이드 #51]“농사, 혼자서 다 못합니다” – 귀농 준비 중 만난 협업의 힘

윤복E 2025. 7. 13. 23:59

 “시골은 혼자 조용히 살 수 있는 곳 아닐까요?”

아닙니다!.

농사, 혼자서 다 못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막상 준비하면서 느낀 건 다릅니다.
농사든 생활이든, ‘혼자’만으로는 정말 어려운 일이 많더라고요.

귀농을 준비하면서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농사는 결국 혼자 하는 일이 아니구나’라는 걸요.

처음 귀농을 결심했을 땐, 모든 걸 스스로 해내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농지도 내가 고르고, 작물도 내가 선택하고, 유통도 내가 개척하겠다는 의지가 있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다짐이 얼마나 현실과 거리가 있었는지를 하나씩 체감하고 있어요.

혼자서 할 수 없는 일들

귀농 체험 프로그램에서 직접 농사를 도와보며 느낀 건,
단순히 몸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모든 걸 혼자 결정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 힘들다는 거였어요.

비닐하우스를 설치할 때, 경운기 조작이 익숙하지 않을 때,
심지어 비가 오는 날 수확한 작물을 말리는 문제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감당하자니 시간도, 체력도, 판단력도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됐어요.

협업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완주에서 한 달 살이를 하던 시절, 마을의 한 어르신이 저에게 말해주셨습니다.
“농사는 팔 힘보다도 발품이 중요해. 사람 만나고, 부탁하고, 함께 움직이는 게 일이야.”

그 말이 낯설지 않게 들렸던 건, 실제로 마을에선
모종 심는 날이면 이웃끼리 돌아가며 서로의 밭일을 도와주고,
수확한 농산물은 함께 트럭에 실어 로컬 직매장까지 가져다주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은 도시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일의 방식’이었죠.
서로의 시간이 맞춰지고, 일이 생기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손을 보태는 문화.

그건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생활의 기술이었습니다.

예비 귀농인, 네트워크부터 만들자

지금 나는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지만,
작은 모임이나 프로그램을 통해 농사 선배들을 하나둘 알아가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에서 운영하는 청년농부 네트워크,
지역 농업기술센터의 품목별 학습 모임,
그리고 SNS에서 알게 된 또래 귀농 준비생들까지.

이런 연결이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
협업의 씨앗이 되고 있다는 걸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예를 들어, 최근엔 귀농 선배가 직접 키운 모종을 공동 구매해주셨고,
또 다른 분은 자신의 농지 근처의 공동 창고 공간을 일부 나눠주겠다고도 하셨어요.

함께 하면 ‘가능한 일’이 늘어난다

혼자선 엄두가 안 났던 일들이, 함께하니 가능해졌습니다.

  • 공동 구매로 초기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 다른 작물 재배자들과 정보를 교환하며 실패 확률도 줄었고,
  • 마을 안에서 상호작용이 늘어나자, 유통 경로에도 작은 길이 열리기 시작했어요.

혼자서는 10박스를 생산해도 팔 데가 없었는데,
함께 모여서 100박스를 출하하니 직매장에서도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앞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협업

지금은 예비 귀농인이지만, 앞으로 내가 귀농하게 된다면
다음과 같은 협업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1. 지역 청년농과의 품목별 연합 – 소량 생산자들이 모여 브랜드를 만들고 함께 출하하기
  2. 주말 체험 농장 운영 협력 – 공간, 콘텐츠, 마케팅을 각자 맡아 체험 프로그램 공동 운영
  3. 시골 콘텐츠 제작 네트워크 – 블로그, 유튜브 등을 통해 로컬 농업과 사람을 함께 기록하고 수익화하기

귀농은 외로운 싸움이 아니라, 함께하는 여정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협업은 꼭 돈이 들어야 생기는 게 아니더라고요.
마음을 열고, 먼저 손을 내밀면 의외로 많은 분들이 반갑게 응답해줬습니다.

귀농 준비 중인 나에게 하는 말

"혼자서 다 해내야 한다는 부담은 내려놓아도 괜찮아.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니까."

지금 귀농을 고민하고 있다면,
뭘 심을지보다 ‘누구와 함께할지’를 먼저 떠올려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