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준비, 사람부터 만나기로 결심한 이유
귀농을 준비한다고 말하면 가장 먼저 돌아오는 질문이 있었다. "혼자 시골에 가면 외롭지 않겠어?"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어느 날 문득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농사 기술도 중요하고, 정부 지원도 챙겨야겠지만, 결국 사람이 없으면 지속 가능한 삶이 가능할까?라고 걱정도 되고 고민도 많아졌다. "진짜 괜찮을가?"라고 그 순간부터 나는 '귀농 네트워크'를 먼저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아직 농사도, 이사도 시작하지 않았지만, 사람을 만나는 일부터 시작한 것입니다.
어디서 누구를 만나야 할까? 예비 귀농인의 관계 구축 첫걸음
나는 가장 먼저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했다. ‘귀농귀촌 청년창업박람회’ 홈페이지, ‘귀농귀촌종합센터’ 포럼, 그리고 카페와 페이스북 그룹까지. ‘20~40대 예비 귀농인’, ‘1인 귀농’, ‘소규모 텃밭 재배자’, ‘반농반X 지향’ 같은 키워드에 맞는 커뮤니티를 찾아 가입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귀농을 꿈꾸고 있었다. 각자의 상황은 달랐지만, 불안감과 기대, 현실적인 고민이 닮아 있었다. 나는 매주 1~2개 커뮤니티에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고, 온라인 소모임이 있다면 시간 내어 참석했다. 그 중 일부는 실제 만남으로도 이어졌고, 지금은 함께 정보를 교류하는 ‘예비 귀농 톡방’도 참여하고 있다.
귀농 선배를 만나다: 지역 네트워크의 중요성
내가 정착을 고려하고 있는 경기도 여주에는 ‘귀농 선배 멘토링 제도’가 있었다. 지역 농업기술센터에 문의하니, 초보 귀농인을 대상으로 현지 농가와 매칭해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이다. 1:1로 배정된 선배 농가와 전화 통화를 시작으로, 직접 방문해 농장도 둘러보고, 귀농 현실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선배 귀농인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혼자 와서 혼자 해보겠다는 사람일수록 오래 못 버텨요. 같이 밥 먹고, 같이 비닐 씌우고, 같이 웃어야 버틸 수 있어요.” 그 말은 단순한 충고를 넘어 내 방향을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나는 ‘기술 이전에 관계’라는 말을 실감했다.
내가 만든 세 가지 네트워크 지도
귀농 네트워크를 체계적으로 만들기 위해 나는 나만의 ‘사람 지도’를 만들었다.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눴다.
- 정보 네트워크 – 정책, 지원금, 자격증 정보 등을 빠르게 교환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무원, 상담사들과의 네트워크
- 정서 네트워크 – 공감과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는 또래 예비 귀농인, 귀촌자 친구들과의 관
- 현장 네트워크 – 농사를 실제로 짓고 있는 선배 농가, 마을 주민, 로컬 청년 활동가들과의 연결 고
이렇게 나누어보니 내가 앞으로 어디를 더 보완해야 할지, 어떤 관계는 소홀했는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정보는 충분한데 정서적 교류가 부족하다면 주저앉기 쉽고, 현장 네트워크가 없다면 현실 대응력이 약해진다. 그래서 나는 의도적으로 주 1회 이상은 이 세 영역 중 한 곳과 연결되는 활동을 하기로 했다.
네트워크를 만들며 얻은 5가지 교훈
- 귀농은 혼자 할 수 없는 프로젝트다 : 땅은 혼자 살 수 있지만, 사람은 아니다. 결국 귀농도 삶이다.
- 진심은 연결된다 : 상업적 목적 없이, 진짜 궁금해서 연락하면 대부분 따뜻하게 응해준다.
- 먼저 다가가는 용기가 중요하다 : 기다리지 않고 먼저 댓글 달고, 메시지 보내고, 질문하는 태도가 관계를 만든다.
- 오프라인 만남은 강력한 신뢰를 만든다 : 실제 얼굴을 보고 나누는 대화는 기억에 오래 남고, 관계를 빠르게 돈독하게 만든다.
- 내가 가진 것부터 공유하자 : 내가 아는 정보를 먼저 나누면, 자연스럽게 더 많은 정보와 사람이 돌아온다.
예비 귀농인을 위한 현실 팁
- 온라인 활용법
- 귀농귀촌종합센터 커뮤니티: 월 1회 온라인 상담회와 네트워킹 행사 운영
- 카카오 오픈채팅방 활용: 비슷한 고민을 가진 또래 예비 귀농인들과 실시간 정보 교류 가능
- 페이스북 그룹과 네이버 카페 가입으로 정보 수집
- 오프라인 연결 방법
- 지역 농업기술센터에 전화하기: 전화 한 통으로 멘토링, 교육, 마을 소개까지 이어질 수 있음
- 귀농 선배에게 인터뷰 요청하기: 기록도 남고, 관계도 생기고, 콘텐츠로도 활용 가능
- 지역 축제나 농산물 직거래 장터 참여로 자연스러운 만남 기회 창출
나는 지금, 관계를 경작하는 중입니다
나는 아직 농사를 짓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사람’을 경작하기 시작했다. 귀농은 밭을 고르는 일일 수도 있지만, 누구와 함께 그 밭을 일굴지를 고르는 일이기도 하다. 땅보다 먼저 사람을 만난 이 여정은, 나에게 훨씬 더 귀중한 기반이 되었다.
혹시 귀농이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관계부터 시작해보자.
귀농은 결코 혼자서 싸워야 할 싸움이 아니다. 그리고 어떤 시골 마을도, 혼자 외롭게 버티는 사람보다 함께 웃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더 환영한다는 걸, 나는 이제 조금씩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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