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보다 먼저 키우는 것 - 콘텐츠로 시작하는 귀농 준비

귀농을 준비한다고 하면 대부분 이렇게 묻는다. "무슨 작물 심으실 건데요?" 처음엔 그 질문에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지만,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나는 아직 작물을 키우지 않는다. 대신, 매주 귀농과 농촌에 관한 콘텐츠를 키우고 있다.
귀농을 꿈꾸는 내게 농사는 아직 현실적인 단계는 아니다. 농지도 없고, 장비도 없다. 하지만 나는 매주 블로그에 글을 쓰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시골 마을을 직접 찾아다니며 그 일상의 단편들을 기록하고 있다. 누군가는 '그게 무슨 농업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내게는 농촌을 배우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콘텐츠로 시작하는 귀농 준비
귀농을 결정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블로그를 개설한 것이었다. 처음엔 단순한 일기 형식이었다. 귀농 지원금 제도 정리, 농촌체험 후기, 주말마다 돌아본 귀농 예정지 탐방기.
그런데 어느 순간, 글을 쓰는 시간이 '정보 정리'가 아니라 '생활 훈련'이 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단순히 인터넷에서 정보를 모으는 게 아니라, 직접 조사하고 요약하고 나만의 언어로 정리하면서 그 내용이 내 것이 되었다.
블로그는 내게 리허설 무대였다. 아직 땅을 일구지는 않았지만, 어떤 작물을 키우고 싶은지, 어떤 삶을 그리는지를 조금씩 구체화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기록은 나중에 진짜 귀농을 시작했을 때 콘텐츠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처음엔 '뭔가 해야겠다'는 조급함에서 시작했다. 주변에서 귀농 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미 농업기술센터 교육을 받거나 임대농장을 구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을 하고 있었다. 나는 뭔가 뒤처지는 것 같아서 불안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준비'에도 여러 방법이 있다는 것을.
매주 콘텐츠를 쌓는다는 것의 의미
매주 블로그에 한 편씩 쓰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마치 농부가 매일 밭을 살피듯, 나는 내 블로그의 '밭'에 콘텐츠를 심는다. 주제는 다양하다. 귀농 정책 분석, 작물 조사기, 귀농 선배 인터뷰, 농촌 트렌드 등.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관련 자료를 검색하고, 인터뷰나 유튜브 영상을 참고하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쓰인 콘텐츠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나 자신의 성장 기록이 된다.
처음엔 조회수가 5, 10밖에 안 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 비슷한 처지의 예비 귀농인들이 댓글을 달고, 이메일로 질문을 보내왔다. "이런 정보를 어디서 찾으셨어요?", "저도 귀농 생각 중인데 너무 공감됩니다." 그 순간 알게 됐다. 나의 콘텐츠는 누군가에게도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흥미로운 건, 글을 쓰면서 내가 진짜로 알고 싶었던 것들이 명확해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팜'에 대해 글을 쓰면서 IoT 기술과 전통 농업의 결합점을 찾게 됐고, '귀농 정착금'에 대해 쓰면서 실제로 지원 가능한 지역들을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 콘텐츠 제작 과정 자체가 학습의 동력이 되고 있다.
콘텐츠 수익화? 기록이 먼저다

물론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애드센스 같은 수익화 방법도 관심이 간다. 나 역시 애드센스 승인을 목표로 글의 질과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생각하는 건 기록 자체의 가치다.
귀농은 단순히 이사 가는 일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이 전환 과정을 기록하는 건 나중에 돌이켜볼 수 있는 소중한 기록이자, 다른 예비 귀농인에게도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쌓인 콘텐츠는 훗날 농산물을 판매할 때, 농장 브랜드를 홍보할 때, 혹은 마을과 외부를 연결하는 커뮤니티를 만들 때도 활용될 수 있다.
최근에는 내 블로그를 통해 지역 농장과 연결되는 일도 생겼다. 한 농장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소개해달라고 요청이 왔고, 다른 곳에서는 귀농 선배 인터뷰를 제안받았다. 아직 농사를 짓지 않지만, 콘텐츠를 통해 농촌과 연결되는 지점들이 하나씩 생겨나고 있다.
예비 귀농인의 콘텐츠 실험기 – 이렇게 진행 중입니다
- 블로그(나의 메인 플랫폼) : 귀농 정책, 지원제도, 체험 후기 등을 주 1회 이상 포스팅하고 있다. 특히 정부 지원 제도는 매년 바뀌는 부분이 많아서, 최신 정보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예비 귀농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 인스타그램(일상의 기록) : 시골 풍경, 탐방기, 작은 일상들을 기록한다. 글보다는 사진 중심으로, 내가 꿈꾸는 농촌의 모습들을 담아낸다. 해시태그를 통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도 의외의 수확이다.
- 유튜브 준비 중(더 깊은 이야기): 인터뷰나 지역 탐방을 기반으로 한 영상 콘텐츠를 실험하고 있다. 아직 구독자는 적지만, 글로 전달하기 어려운 농촌의 공기감이나 사람들의 표정을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느끼고 있다.
- 농업 키워드 노션 정리(나만의 농업 백과사전) : 작물, 토양, 기후 등 관심 주제별로 정리하며 개인 DB화하고 있다. 나중에 실제 농사를 지을 때 참고할 수 있는 나만의 농업 백과사전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오프라인 활동 기록
농촌 탐방, 귀농 선배 만남, 농업기술센터 교육 참석 등의 오프라인 활동도 콘텐츠 소재가 된다. 온라인에서 얻은 정보를 실제로 확인하고 경험하는 과정을 기록하면서, 더 생생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이 모든 활동은 아직 '농사'는 아니지만, 분명히 나만의 방식으로 농촌을 경작하는 일이다.
콘텐츠로 얻는 예상치 못한 수확들
콘텐츠 활동을 하면서 생긴 변화들이 있다.
첫 번째는 네트워크의 확장이다. 댓글이나 메시지를 통해 만난 사람들 중에는 이미 귀농에 성공한 선배들도 있고, 나처럼 준비 중인 동료들도 있다. 이들과의 교류는 책이나 인터넷으로는 얻을 수 없는 살아있는 정보를 가져다준다.
두 번째는 전문성의 축적이다. 매주 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농업 관련 지식이 체계화되고 있다. 처음엔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나만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세 번째는 자신감의 향상이다. 아직 농사를 짓지 않아도, 농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나만의 영역이 생겼다. 누군가 귀농에 대해 물어보면 자신 있게 내 경험과 조사 결과를 공유할 수 있다.
콘텐츠도 귀농이다
사람들은 종종 농업을 '작물 재배'로만 이해한다. 하지만 나는 콘텐츠도 농업의 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을 이해하고, 사람을 연결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농촌을 해석하는 작업. 그것이 바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다.
실제로 요즘 농촌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농업'이 등장하고 있다. 농촌 관광, 체험 농장, 농촌 카페, 귀농 컨설팅 등. 이 모든 것들이 전통적인 의미의 농사는 아니지만, 농촌 경제에 기여하고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콘텐츠 활동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수익을 내지 못하지만, 농촌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블로그에 쓴 한 편의 글, 인스타에 올린 한 장의 사진이 전부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작은 씨앗들이 언젠가 나의 진짜 귀농 인생에서 튼튼한 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예비 귀농인을 위한 콘텐츠 활동 가이드
1. 작게 시작하되 꾸준히 하자
: 한 번에 완벽한 글을 쓰려고 하지 말고, 작은 경험이라도 꾸준히 기록하자. 일주일에 한 번, 짧은 글이라도 올리는 것이 한 달에 한 번 긴 글을 쓰는 것보다 낫다.
2. 자신만의 관점을 찾자
: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 정보가 중요한지, 나에게는 어떤 의미인지를 담아내자. 그래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콘텐츠가 된다.
3.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자
: 온라인에서 얻은 정보를 오프라인에서 확인하고, 오프라인 경험을 온라인에서 공유하자. 이런 순환 구조가 콘텐츠의 질을 높인다.
4. 커뮤니티 활동을 병행하자
: 혼자 콘텐츠를 만들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자. 댓글 응답, 다른 블로그 방문, SNS 상호작용 등이 모두 콘텐츠 활동의 일부다.
5. 수익화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하자
: 처음부터 수익을 목표로 하면 콘텐츠의 진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 먼저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신뢰를 쌓고, 수익화는 그 다음에 고려하자.
작물보다 먼저 키워야 할 것
귀농을 꿈꾸는 당신도 지금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작물보다 먼저 키워야 할 것은, 어쩌면 당신 자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땅을 구하지 못했다고, 농사 기술을 모른다고 해서 귀농 준비를 못하는 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왜 귀농을 꿈꾸는지, 어떤 삶을 그리고 있는지를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그 기록들이 모여서 당신만의 농업 철학이 되고, 브랜드가 되고, 나중에는 고객과 연결되는 끈이 될 것이다. 콘텐츠 농업, 이것도 분명한 귀농의 한 방법이다.
농사는 씨앗을 심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가 바로 그 첫 번째 씨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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