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을 꿈꾸면서 나는 참 많은 일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어떤 땅에서, 어떤 작물을, 어떤 방식으로 재배할지 하루에도 수십 번 상상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수확한 농산물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그 순간, 나는 단순히 작물만 키우는 게 아니라 브랜드도 함께 키워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아직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아니지만, 나는 지금 '브랜드 농부'로서의 준비를 하고 있다.
왜 브랜드부터 고민했을까?
처음엔 별생각 없이 블로그에 귀농 준비 일기를 적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방문자가 남긴 댓글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나중에 직접 농사 지으면 꼭 사보고 싶어요. 어디서 살 수 있나요?"
그때부터 '농산물 판매'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됐다. 단순히 고구마를 키우는 것과, '내 고구마'를 누군가가 찾도록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그래서 나는 작물을 심기도 전에 브랜드 이름을 짓고, 로고를 만들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먼저 이름을 갖는 것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청년고구마" 하하 귀여운 브랜드 로고가 탄생했다.
브랜드 네이밍: 나만의 농장 이름 짓기
브랜드 이름을 지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지역성'과 '철학'이었다. 나는 단순히 예쁜 이름이 아니라, 내가 어떤 방식으로 농사짓고 싶은지를 담고 싶었다.
처음 떠올린 이름은 '느린밭'. 빨리 수확하고 빨리 유통하는 세상이지만, 나는 건강한 농법과 신뢰를 쌓는 관계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느려도 좋다는 의미를 담았다.
또 다른 후보는 '풀풀농장'. 무농약 재배를 염두에 두고 있었고, 흙냄새, 풀내음 나는 농장이 되고 싶었다. 이름 하나에도 철학을 담으려다 보니 쉽지 않았지만, 덕분에 내가 추구하는 농업의 방향이 더 명확해졌다.
최종적으로 선택한 이름은 '흙길농장'. 내가 언젠가 걷게 될 시골의 진짜 길, 그 흙 냄새 나는 길에서 자란 작물을 떠올리며 결정했다.
로고 디자인은 어떻게?
로고는 처음에 직접 그려봤다. 낙서 수준이었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내가 브랜드를 시각화하려 한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설레게 했다.
이후 무료 로고 제작 툴(Canva, Looka, Hatchful 등)을 이용해 몇 가지 시안을 만들었다. 흙길을 따라 자라는 새싹 모양, 햇살 아래 핀 채소, 손으로 만든 텍스처 등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결국엔 아주 단순한 원형 로고에 손글씨 느낌의 '흙길농장' 텍스트를 넣은 디자인으로 결정했다. 너무 완벽할 필요는 없었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내가 귀농이라는 미래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였다.
포장 디자인까지 생각한다고?
농사를 짓지도 않았는데 포장지를 고민하는 게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과정을 통해 '농산물의 여정'을 미리 설계하고 싶었다. 소비자가 내 감자나 고추를 만나는 순간까지를 상상하며, 나는 더 좋은 농사를 짓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포장재는 친환경 종이 박스를 기본으로 생각했다. QR코드를 넣어 블로그나 SNS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고, 간단한 소개 문구와 브랜드 철학을 담은 엽서도 함께 넣고 싶었다. 포장은 단순히 포장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의 마지막 전달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게보다 마음이 실리는 패키지를 만들고 싶었다.
왜 지금 브랜드를 준비해야 할까?
많은 귀농 선배들이 말했다. "농사도 바쁜데 마케팅까지 하려면 너무 늦어." 나는 그 조언을 귀담아들었다. 그래서 지금, 귀농을 본격화하기 전, 시간이 조금 더 있는 지금 이 시기에 미리 준비하고 싶었다.
지금은 이름만 있는 농장이지만, 이름이 있기에 나는 계속 상상하고 계획할 수 있다. 브랜드를 만들면서 나는 단순한 작물 재배자가 아니라, 농업 경영자로서의 시야를 갖게 됐다.
이런 생각은 블로그 콘텐츠에도 큰 영향을 준다. 무작정 농사 정보만 정리하기보다는, 내가 추구하는 철학과 감성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비 귀농인을 위한 추천
혹시 귀농을 준비하고 있다면, 다음 질문을 던져보자:
- 내가 수확한 작물을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싶은가?
- 내 작물의 '이름'은 무엇이었으면 좋겠는가?
- 내가 지향하는 농사의 가치(무농약? 느린 농법? 로컬 연계?)는 무엇인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만의 브랜드가 떠오를 것이다.
농사가 시작되기 전, 나를 움직이게 하는 건 이런 '상상력'이다.
귀농은 땅을 얻는 것만이 아니다. 나만의 농업 철학, 그리고 그걸 보여주는 브랜드를 준비하는 과정도 포함된다.
아직 감자 한 알 수확하지 않았지만, 나는 오늘도 로고를 수정하고, 패키지를 스케치하며, 미래의 농부로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브랜드는 단순히 포장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내가 어떤 농부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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