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을 결심하고 나서 내가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생각보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농지 구입, 작물 선택, 지원금 제도 같은 정보는 온라인에서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지만, 실제로 그 땅 위에서 살아가는 감각은 도무지 화면 밖으로는 전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농촌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결심했다. 이 글은 예비 귀농인의 시점에서 내가 체험한 프로그램의 실제 경험과 그로 인해 바뀐 생각,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까지 기록한 것이다.
체험 프로그램, 어디서 어떻게 찾았나?
처음에는 농업기술센터와 지자체 귀농귀촌센터 홈페이지를 수시로 방문했다. 대부분 지역별로 '귀농귀촌 체험마을'이나 '농촌 일손 돕기', '청년 귀농 인턴제'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나는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의 한 귀농 체험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운 좋게 선발되었고, 1박 2일간의 단기 체험 일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체험비는 무료였고, 숙식도 제공되었다. 이런 프로그램은 지자체가 일부 비용을 지원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시골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내가 경험한 시골의 하루
체험 당일 아침, 우리는 마을회관에 모여 지역 농민 분들의 안내를 받았다. 첫 일정은 감자밭 수확이었다. 맨손으로 흙을 파헤치며 감자를 캐는 과정은 단순하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허리도 아프고 땀도 많이 났지만, 생각보다 그 일이 즐거웠다. 무언가를 '내 손으로' 해냈다는 감각이 도시에서 느끼기 어려운 만족감을 주었다.
점심은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먹었다. 각자의 밥그릇을 챙겨 식탁에 둘러앉으니, 마치 오랜 가족처럼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밥을 먹으며 들은 이야기들은 인터넷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리얼 시골 정보'였다. 농지 구입 시 유의할 점,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 겨울철 난방 문제 등 현실적인 조언들이 쏟아졌다.
오후에는 시설하우스 견학과 간단한 작물 관리 실습이 있었다. 특히 자동 관수 시스템과 태양광을 활용한 농장 관리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 '농업도 기술이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스마트팜에 대한 관심도 이때 처음 생겼다.
체험이 바꾼 나의 생각들
이 짧은 2일간의 체험은 내 사고방식을 바꿔놓았다. 귀농이 단순히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이제 귀농이란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였다. 그분들은 처음 보는 나에게 따뜻하게 밥을 챙겨주고, 농사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들려주었다. 그 속에 녹아 있는 진심을 통해, 나는 귀농이란 결국 '사람'의 문제이자 '공동체'의 문제라는 것을 실감했다.
또한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것보다, 몸으로 부딪히고 직접 해보는 경험이 얼마나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는지도 깨달았다. 머리로는 아는 것 같았던 것들이, 몸으로 겪으니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다. 단 한 번의 감자 캐기 경험이 책 수십 권보다 더 강력했다.
예비 귀농인을 위한 팁: 체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이후 나는 주변 예비 귀농인들에게 꼭 한 번쯤은 농촌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다음은 체험 프로그램 참여 전후로 내가 느낀 차이와 팁이다.
막연함이 구체화된다. '시골에 살고 싶다'는 감상이 '이 지역에서 이런 생활을 해볼 수 있겠구나'로 바뀐다. 추상적인 귀농 계획이 현실적인 목표로 변모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실패를 줄일 수 있다. 현실적 난관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직접 체험하며 조율할 수 있다. 농업의 어려움과 매력을 동시에 느끼며, 자신의 한계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관계의 씨앗을 심을 수 있다. 함께 일한 농민 분들과 자연스럽게 연락처를 주고받고, 향후 농지 정보나 지역 행사 안내 등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인맥은 나중에 실제 귀농을 할 때 큰 도움이 된다.
기록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 체험 과정을 글, 사진, 영상 등으로 정리하면 나중에 블로그나 SNS 콘텐츠로 재사용할 수 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예비 귀농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체험 프로그램 찾는 방법도 덧붙이자면, 각 지역 농업기술센터나 시군청 홈페이지에서 정기적으로 프로그램을 공지한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의 '귀농귀촌종합센터' 홈페이지에서도 전국 단위의 체험 프로그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주말농장이나 농촌 체험 마을도 좋은 대안이다.
나는 지금, 예행연습 중입니다
지금 나는 아직 농사를 짓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귀농의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체험 프로그램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내가 앞으로 살아갈 방식에 대한 리허설이다. 그 경험이 있었기에, 나는 지금도 조금씩 더 구체적인 귀농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귀농을 고민하고 있다면, 반드시 말로만 계획하지 말고 '발로 한 번 밟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나에게 그 경험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나의 결정에 확신을 주는 '전환점'이었다.
이제 나는 단순히 정보를 모으는 단계에서, 내 손으로 경험을 만들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를 상상하는 예비 귀농인이 되었다. 이 변화는 오직, 체험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체험 프로그램은 귀농의 로드맵을 그리는 첫 번째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막연한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앞으로도 나는 더 많은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나만의 귀농 스토리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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