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과 귀촌

[청년 귀농 실천 가이드 #24] "텃밭에서 정규농으로 전환한 실제 사례? 나는 지금,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윤복E 2025. 7. 4. 18:04

귀농을 결심한 이후, 나는 매일같이 도시의 삶을 정리하면서 농촌의 삶을 상상한다. 아직 트랙터를 타고 밭을 갈거나, 새벽에 비닐하우스 문을 여는 생활은 하지 않지만, 나는 이미 귀농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고 느낀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지금 이 과정을 진짜로 기록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왜 주말농장에서 출발했는가

 

나는 왜 주말농장에서 출발했는가

귀농을 결심한 후, 나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내려놓고 농촌으로 옮겨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주말농장’이었다. 도시에서 가까운 외곽 지역에 위치한 주말농장을 분양받아, 주말마다 직접 텃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취미로 시작했지만, 갈수록 흙과 마주하는 시간들이 진지한 고민의 시간이 되었다.

그 경험은 생각보다 많은 걸 알려줬다.

  • 잡초 하나 뽑는 데도 허리가 아프다는 사실
  • 작물이 자라는 속도는 나의 성격보다 훨씬 느리다는 것
  • 비가 오는 날엔 아무것도 못하고, 날이 너무 맑으면 벌레와의 싸움이 시작된다는 것

주말농장은 그야말로 현실을 간접 체험하는 공간이었고, 나는 그곳에서 ‘농사는 로맨스가 아니라 생존’이라는 걸 온몸으로 느꼈다.

물도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썩고, 너무 적게 주면 시든다. 기온 변화, 병충해, 잡초 등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단순히 '한적함'이 아니라 불확실성과의 공존이라는 사실을 매주 깨달았다.

 

 

리얼한 계획 세우기의 시작: 작물 선정부터 판매 루트까지

텃밭에서 상추와 고추를 심으면서도, 나는 그걸 단순한 체험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부터 본격적인 귀농 계획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작물별 수익성 분석표'를 만들고, 유튜브에서 귀농 브이로그를 하루에 서너 개씩 챙겨봤다. 지역별 기후 특성, 토양 조건, 판매 가능성까지 포함해 한 가지 작물을 고르기까지 최소 3주는 걸렸다.

내가 중요하게 여긴 포인트는 다음 세 가지다:

  1.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노동 강도인지
  2. 시장에 이미 과잉 공급되지 않았는지
  3. 온라인이나 로컬푸드 직매장 등 유통경로를 확보할 수 있는지

아직 직접 농사를 짓고 있진 않지만, 나는 이미 ‘가상 농사’를 수없이 많이 해보고 있다.
어떤 작물이 얼마의 마진을 남길 수 있는지 계산하면서, 농업을 단순한 노동이 아닌 '사업'으로 바라보는 눈이 생겼다.

 

 

사람을 찾고, 땅을 찾고, 현실을 마주한 시간

한동안은 매일같이 귀농 선배에게 연락을 돌렸다. 유튜버 농부에게 댓글을 남기고, 농업 관련 카페에 글을 올리고, 지자체 귀농귀촌 상담센터에 전화해서 귀가 아플 정도로 물어봤다. 귀농은 땅만 산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말을 들었고, 마을 분위기, 인구 구성, 쓰레기 처리 방식까지도 체크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나는 실제로 몇 군데 부동산에도 연락을 해봤다. 어떤 곳은 “귀농인이라면 환영이지만, 농기구는 직접 사셔야 해요”라고 말했고, 어떤 곳은 아예 외지인을 경계하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귀농은 농지 구입보다 더 어려운 게 ‘사람 사이의 농지’를 얻는 일이라는 걸 절감했다.

또한 지역 소모임에 가입해보기도 했고, 농촌활성화 프로그램에도 몇 차례 참가했다. 실현 가능한 귀농의 이미지가 조금씩 내 안에 구축되기 시작했고, 막연했던 꿈이 현실로 이어지는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예비 귀농인이 정규 농업으로 가기까지 필요한 체크리스트

텃밭에서 시작해 정규농으로 가려면 넘을 산이 많다. 나는 그 산들을 하나하나 미리 보기 위해 아래와 같은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 내가 선택한 작물의 1년 예상 수익은?
  • 초기 투자비용은 얼마까지 감당 가능한가?
  • 정부지원금 신청 자격은 갖추었는가?
  • 영농계획서 작성을 위한 자료는 충분한가?
  • 마을 정착에 필요한 관계 맺기는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 재배 외에 유통, 포장, 홍보까지 혼자 할 수 있을까?
  • 기술 습득을 위한 교육은 어디서 받을 수 있을까?
  • 내가 귀농을 통해 얻고자 하는 삶의 방향은 무엇인가?
  • 가족의 동의와 협조는 어느 정도 확보되었는가?

이 리스트는 매일 업데이트되고 있다.
귀농은 결심이 아니라 ‘과정’의 연속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예비 농부의 진짜 리얼 후기

지금 나는 텃밭에서 정규농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어딘가에 있다. 현실은 아직 서울이고, 손에는 흙이 아니라 마우스가 들려 있지만, 머릿속은 매일 밭을 돌보고 있다. 이 간극이 초조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나는 이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싶다.

귀농은 누군가에게는 낭만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하나의 사업이자 생존 전략이다.


텃밭에서의 경험은 실패도 있었고, 뜻밖의 수확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작은 경험이 지금의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정규 농부가 되는 그날까지, 나는 오늘도 엑셀을 열고, 작물 이름을 검색하며,
내 땅은 아니지만 내 마음 속 밭을 일군다.
이것이 예비 귀농인으로서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