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입, 지출, 준비 예산까지
이전 편에서 나는 B 마을에서 살아갈 하루를 상상해봤다. 느긋한 아침, 공동체가 있는 저녁, 그리고 땅과 사람 속에서 살아가는 균형 잡힌 일상. 하지만 상상은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자주 무너진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내가 실제로 귀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고민 중인 '현실 플랜'을 구체적으로 정리해보려 한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준비는, 언제나 숫자에서 시작된다.
"귀농, 돈 없이는 시작도 못 한다"
귀농 관련 카페에 가면 '돈 없어도 가능하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분명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그리는 귀농은 단순한 생존이 아닌 '삶의 질'을 동반한 정착이다. 그러기 위해선 기본적인 경제적 기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최근 한 달 동안 나는 실제 귀농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들의 공통된 조언은 하나였다. "최소 1년치 생활비는 준비하고 와야 한다." 농사든 새로운 일이든, 수입이 안정화되려면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수입 구조는 이렇게 설정했다"
도시에 있을 때 나는 콘텐츠 관련 프리랜서로 일해왔다. 그 경력을 살려 귀농 후 수입 구조를 크게 세 갈래로 구상했다.
- 1차 수입: 온라인 콘텐츠 수익
- 귀농 브이로그, 텃밭일기, 정보성 블로그 운영
- 구글 애드센스 수익 + 제휴마케팅 + 소규모 유료 콘텐츠
- 초기 월 예상 수익: 20만~30만 원 → 목표는 6개월 내 50만 원 이상
- 2차 수입: 농산물 소량 직거래
- 마을 내 텃밭에서 소량 재배(고추, 감자, 쌈채소)
- 블로그+지역 커뮤니티 연계 직거래
- 월 평균 예상 수익: 10만 원(시작 3개월 후부터)
- 3차 수입: 마을 커뮤니티 활동비
- 마을 홈페이지·카페 운영, 행정 보조, 공동 작업 참여
- 월 고정은 아니지만, 활동비 성격으로 5만~10만 원 가능 예상
- 총합 월 예상 수입: 30만~50만 원 (정착 초기 기준)
물론 완전히 자립하기엔 부족하지만, 이는 기반을 다지는 준비 단계로 설정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수입의 다각화다. 한 가지 수입에만 의존하면 실패 확률이 높다. 최근 만난 귀농 3년차 선배는 "처음에는 농사만 생각했는데, 결국 온라인 쇼핑몰과 체험 프로그램까지 해야 겨우 살 만하다"고 말했다.
"지출은 이렇게 계산했다"
시골은 물가가 싸다고들 한다. 일부는 맞지만, 고정비는 도시보다 더 나가는 경우도 있다.
아래는 내가 예상한 월별 지출이다. (1인 기준)
항목 | 월 평균 지출 | 비고 |
주거(임차 or 관리비) | 15만 원 | 월세 or 고정 유지비 |
식비 | 20만 원 | 대부분 자가 조리 |
통신/인터넷 | 6만 원 | 지역에 따라 통신 품질 변수 있음 |
차량유지비 | 10만 원 | 경차 기준, 보험 포함 |
유류비/교통비 | 5만 원 | 읍내 장보기용 |
기타 생활비 | 5만 원 | 마을 행사, 간단한 소비 등 |
- 총합 월 지출 예상: 약 60만 원
결국 '적자'다. 그래서 귀농 초기에는 '도시와 병행수입' 또는 '저축으로 보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실제로 지출에서 가장 큰 변수는 차량 관련 비용이다. 도시에서는 대중교통으로 해결되던 모든 이동이 자차로 바뀌면서, 생각보다 교통비가 많이 든다. 특히 겨울철 난방비도 만만치 않다는 선배들의 조언이 있었다.
"초기 정착 자금은 얼마나 필요할까?"
아직 집을 사거나 짓는 단계는 아니다. 나는 일단 '귀농체험형 임대주택' 또는 '소형 주택 임차'를 고려하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초기 자금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항목 | 예상 금액 | 비고 |
보증금(임대주택) | 300만 원 | 공공임대 or 민간 |
귀농 준비비(이사비, 차량정비 등) | 150만 원 | |
생활 정착용 기본 농기구 및 텃밭 자재 | 100만 원 | 중고 구입 기준 |
비상금 | 200만 원 | 최소 3개월 생활비 |
기타(소형 냉장고, 가전 등) | 150만 원 | 부족분 보완용 |
- 총 초기 필요 자금: 약 900만 원
이는 최소 기준이다. 집을 구입하거나 본격 영농을 하려면 몇 천만 원은 추가로 잡아야 한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다. 바로 '예상치 못한 지출'이다. 집 수리, 농기구 고장, 의료비 등 시골에서는 도시보다 이런 비용이 더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비상금을 넉넉히 잡는 게 중요하다.
"지원금? 기대는 하되, 의존은 하지 않는다"
시군구에서 진행하는 청년 귀농 정착지원금, 교육훈련비, 창업자금 융자 등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나는 이 지원을 '도움'으로만 생각한다. 지자체 예산 사정에 따라 변동이 크고, 조건도 까다롭기 때문에 계획의 중심에 두는 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지원 없이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기본으로 두고, 받게 되면 '추가 자산'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실제로 내가 알아본 청년 귀농 정착지원금은 대부분 3년 이상 거주 조건이나 영농 규모 조건이 붙는다. 게다가 신청자가 많아서 경쟁률도 높다. 한 지자체 담당자는 "지원금 받으려고 왔다가 조건 안 맞아서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단계별 실행 계획도 세웠다"
막연히 '언젠가 귀농'이 아니라, 구체적인 단계별 계획을 세워야 실행 가능성이 높아진다. 내가 그린 로드맵은 다음과 같다:
1단계 (현재~6개월): 준비 및 체험
- 온라인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
- 주말 농장 체험 및 농업 기초 교육 수료
- 귀농 정착 자금 목표액 달성 (현재 60% 달성)
- B 마을 재방문 및 임대주택 물색
2단계 (6개월~1년): 소프트 랜딩
- 도시 거주를 유지하면서 주말 귀농 형태로 시작
- 온라인 수익 구조 안정화
- 마을 내 인맥 구축 및 커뮤니티 활동 참여
- 임대주택 계약 및 기본 생활 인프라 구축
3단계 (1년~2년): 본격 정착
- 완전 이주 및 주민등록 이전
- 텃밭 농사 시작 및 직거래 판로 개척
- 마을 내 역할 확대 (청년회 활동, 지역 사업 참여)
- 수입 구조 다각화 및 안정화
"현실적 위험 요소도 고려했다"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예상치 못한 변수는 있다. 내가 생각하는 주요 위험 요소들은:
- 건강 문제: 시골은 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 응급상황 대비책 필요.
- 인간관계: 마을 공동체에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
- 경제적 어려움: 예상 수입이 달성되지 않을 경우.
- 기술 변화: 온라인 플랫폼 정책 변경으로 인한 수익 감소.
각 위험에 대한 대비책도 함께 준비 중이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 외에 실손의료보험을 추가로 가입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대비해 도시로 복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네트워크도 유지하려 한다.
"로망은 감성으로 시작되지만, 정착은 숫자로 완성된다."
수입과 지출, 예산과 계획을 세우는 건 로맨틱하지 않지만, 이것 없이는 아름다운 시골의 아침도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귀농은 단순한 이주가 아니다. 도시에서의 직장, 커피 한 잔 값, 주말의 마트 쇼핑… 그 모든 '익숙함'을 스스로 대체해야 한다. 이번 글을 쓰며 나는 다시 계산기를 꺼냈다. 하지만 이 숫자들을 채워가며 느낀 건, '가능성'은 상상 속이 아니라 준비 속에 있다는 확신이었다.
다음 글에서는 내가 구상 중인 콘텐츠 기반 수익 모델을 보다 자세히 풀어보려 한다. 단순한 브이로그가 아니라, 시골살이를 브랜딩하는 방식은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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