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귀농 실천 가이드 #68] 공동체 기반 수익 모델, 함께!
– 함께 일하고, 함께 버는 구조 만들기
귀농을 준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혼자 일궈가는 자립형 귀농'을 꿈꾼다. 하지만 내가 준비하는 귀농은 조금 다르다. 나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사는 귀농, 함께 일하고, 함께 버는 귀농을 지향한다.
이전 글에서 마을 어르신들과 이야기 나누고, 작은 기록 프로젝트를 상상했다면, 이번에는 그 관계 위에 어떤 '작은 수익 모델'을 얹을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고민해보려 한다.
사실 많은 예비 귀농인들이 경제적 자립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가지고 있다. 농사만으로는 생활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걱정과, 그렇다고 도시에서 하던 일을 완전히 그만두기엔 아쉬운 마음이 교차한다. 나 역시 그런 고민을 했다. 그러던 중 깨달은 것이 있다. 귀농에서의 수익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마을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점이다.
“마을의 자원을 함께 활용할 수 없을까?”
시골에는 생각보다 많은 자원이 잠자고 있다. 텅 빈 창고, 사용되지 않는 마을회관 부지, 활용되지 않는 논두렁 옆 텃밭. 그리고 가장 큰 자원은 바로 마을 사람들의 손과 이야기다.
나는 이 자원들을 바탕으로, 작고 현실적인 수익 모델을 상상해봤다. 바로 공동 생산 – 공동 판매 – 공동 홍보의 순환 구조다.
이런 구조를 생각하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마을 어르신들은 농사 경험과 기술은 풍부하지만, 온라인 판매나 포장, 홍보에는 어려움을 겪으신다. 반대로 나는 콘텐츠 제작과 온라인 소통에는 익숙하지만, 농사 기술과 마을 생활 경험이 부족하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예시 1] 마을 유휴 공간 + 체험 프로그램
- 마을 창고 한편을 정리해 ‘귀농 체험 공간’으로 운영
- 계절별 소규모 체험(감자 수확, 장 담그기, 들풀 차 만들기 등)
- 1회 3~4명 규모의 소규모 프로그램으로 시작
- 마을 사람들: 체험 강사, 간식 준비, 공간 제공
- 나는: 신청 관리, 홍보, 콘텐츠 제작, 후기 정리
- 체험 참가비는 재료비 + 소정의 사례비 형태로 운영
- 체험 내용을 블로그·영상에 기록하면, 콘텐츠로도 확장 가능
[예시 2] 마을 공동 텃밭 + 직거래 꾸러미
- 어르신들과 함께 마을 공터에 작은 텃밭을 가꾼다.
- 주 1회 수확한 채소를 ‘귀농준비생 공동브랜드’로 포장한다.
- 블로그, SNS, 마을 밴드를 통해 소규모 직거래
- 마을 어르신: 재배와 수확 참여
- 나는: 콘텐츠 제작과 포장, 온라인 판매 창구 역할
- 수익: 공동 적립 후 필요시 분배 or 마을 운영기금으로 활용
- 이 구조는 단기 수익보다는, 관계와 경험을 통해 신뢰를 쌓는 구조다.
처음에는 소소한 용돈 수준일 수 있지만, 함께 한다는 동력이 커다란 힘이 된다.
체험 프로그램은 특히 '도시 사람들의 시골 로망'을 건드리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진짜 마을 생활의 일부를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할머니가 평생 해오던 방식 그대로 장을 담그고, 할아버지가 직접 기른 감자를 캐는 경험. 그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도 새로운 활력을 얻고, 참가자들도 진짜 시골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혼자서는 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함께 관리하고 운영하다 보면 충분히 가능한 계획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농촌의 경우 농사철 이외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마을분들이 동참할 의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원하는 사람들과 시작하다 보면 그 효과를 알게 되고, 기존에 동참하지 않던 마을분들도 결국 함께 참여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중요한 건 시스템보다 관계”
수익 모델을 만들기 위해선 시스템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시스템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그건 바로 사람 사이의 관계다.
아무리 좋은 모델이라도 마을 사람들과의 신뢰가 없다면 '그냥 도시에서 온 청년의 쇼'로만 보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수익을 목표로 하되, 기획보다 먼저 신뢰부터 쌓는 것에 집중할 생각이다.
도시에서는 계약과 시스템으로 일이 진행되지만, 시골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말로 약속하고, 눈빛으로 확인하고, 실천으로 증명하는 관계. 그런 관계가 쌓이면 작은 수익 모델도 탄탄하게 굴러갈 수 있지만, 그 관계가 없으면 아무리 완벽한 계획도 모래성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작은 신뢰를 쌓아가는 방식을 택했다. 마을 일에 참여하고,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곳에서 도움을 주는 것. 그런 일상적인 관계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함께 일할 수 있는 구조도 만들어질 것이다.
"귀농에서의 협업은 효율이 아니라 진심에서 시작됩니다."
함께 버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면, 먼저 함께 웃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공동체 기반 수익 모델은 내가 주도하는 사업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의 일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구조'를 만드는 중이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수익, 그게 진짜 건강한 귀농 수입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