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과 귀촌

[청년 귀농 실천 가이드 #62] 현실은 거기 없었다 – 기대와 다른 시골 마을의 민낯

윤복E 2025. 7. 18. 02:30

내가 생각하고 말한 정착지 답사기

귀농 정착지를 고민하며 여러 지역을 발로 뛰어다녔다. 인터넷에서는 ‘살기 좋은 마을’이라며 홍보성 기사와 성공담이 넘쳐났고, 사진 속 풍경은 마치 동화 같았다. 그래서 더욱 기대를 품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직접 가 본 그 마을에서 내가 본 것은 조금 달랐다. 오늘은 ‘기대와 현실의 간극’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기대와 다른 시골 마을의 민낯

 

“사진 속 풍경은 진짜일까?”

정착지 1순위로 생각했던 A 마을. 행정복지센터 홈페이지에는 꽃길, 마을 공동체 행사, 정겨운 인심이 가득한 사진들이 가득했다. 그런데 내가 갔던 날은 한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였다. 잡초가 무성한 도로 옆, 텅 빈 텃밭,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는 길. 그곳은 '사람이 살고 있는' 느낌보다는 '사람이 떠난' 느낌에 가까웠다.

그때 느꼈다. 사진은 순간을 포착한 것이고, 진짜 삶은 '날 것' 그대로라는 것을.

  

“주민과의 첫 마주침”

마을 입구에서 처음 마주친 주민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그분은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여기 왜 왔어요?”
“귀농 생각 중이라…”
“…여기 뭐 하러 오려고요?”

이건 꽤 충격이었다. 도시에서는 ‘신입’에게 환영 인사를 하는 것이 기본이었는데, 이곳에서는 ‘낯선 이’로 분류되는 순간부터 입장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이장이 말해준 현실”

다음 날, 사전에 통화했던 마을 이장님을 어렵게 만나뵈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하셨다.
“여긴 지금 젊은 사람 별로 없어요. 학교도 없어졌고, 버스도 하루에 3번이에요. 물 좋고 땅 좋다고 해도, 살긴 힘들어요.”

화려한 유튜브 영상 속 귀농은 분명 존재하지만, 이장님의 말처럼 마을의 현실은 조용했고, 불편했고, 외로워 보였다. 하지만 이런 말이 나에겐 오히려 더 ‘진짜’ 같았다.

  

“그래서 나는 돌아섰다”

A 마을은 최종 후보에서 제외했다. 이유는 단 하나. ‘내가 살아가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땅값이 싸고, 자연환경이 좋고, 지원금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삶은 단순히 ‘귀농’이 아니라, ‘내가 주도하는 지속 가능한 삶’이다. 공동체, 관계, 일상, 교통, 기후… 이런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야만 진짜 정착이 가능하다는 걸 느꼈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것, 그게 준비다”

귀농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처럼 나 역시 처음엔 로망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답사를 하며 겪은 작은 충격들이 하나씩 ‘현실 감각’을 길러주었다.
이 과정을 지나며, 나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중이다. 마을의 민낯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 땅에서 오래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예비 귀농인을 위한 작은 팁]

  • 꼭 사계절 다녀오세요. 계절마다 마을의 표정이 다릅니다.
  • 주민과의 첫 대화는 늘 조심스럽게 시작하세요. 호기심보다는 공감으로.
  • '누가 살고 있는가'를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땅이 아니라, 사람이 핵심입니다.
  • 내가 그 마을에서 ‘살 수 있는가’보다 ‘살고 싶은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귀농은 한 번의 방문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또 한 걸음, 진짜 나에게 맞는 곳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죠.

다음 글에서는, 내가 왜 B 마을을 2차 후보지로 정했고, 그곳에서 어떤 희망을 엿보았는지를 이야기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