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함께하는 프로젝트 기획기
귀농을 준비하며 가장 크게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이것이다. 시골살이는 혼자서는 안 된다는 것. 자연 속에서의 삶은 고요하고 평화롭지만, 그 고요는 때로는 고립이 되기도 하고, 그 평화는 외로움으로 변하기도 한다. 도시에서는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시골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곧 '삶의 조건'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도시에서는 익명성이 주는 자유가 있었다. 이웃을 몰라도 되고, 내 일상을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온라인으로 필요한 것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골은 다르다. 여기서는 이웃이 곧 생활의 동반자가 되고,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가 일상을 좌우한다. 농사일부터 시작해서 집 수리, 생활 정보, 심지어 응급상황까지 모든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망을 통해 해결된다.
그래서 나는 요즘, 혼자 준비하는 귀농에서 '함께 살아갈 귀농'으로 생각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마을이 나를 품어줄까, 내가 마을에 어울릴 수 있을까”
B 마을 답사 이후, 이장님과 몇 번 더 연락을 주고받았다.
마을 행사 사진도 보내주시고, 요즘 상황도 이야기해주셨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도 생각했다.
‘내가 이 마을에 들어가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건 단순히 정착지 탐색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으로의 상상이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보다 ‘누구와 함께 살아갈까’를 고민하게 된 순간.
그때부터 나는 작은 프로젝트 하나를 머릿속에 그리기 시작했다.
“마을과 연결되는 나만의 첫 번째 기획”
도시에서 나는 기획 일을 해왔다.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아왔다.
이 능력을 그냥 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이걸 시골 마을과 연결하는 다리로 삼을 수 있다면,
나는 귀농과 동시에 마을에 보탬이 되는 구성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시작한 아이디어가 있다.
바로 ‘우리 마을 이야기 프로젝트’다.
[기획안 요약: 우리 마을 이야기 프로젝트]
목표: 마을 어르신들과 이웃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사진과 글로 기록해 작은 온라인 아카이브를 만드는 것
방법:
- 마을 주민 한 분씩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다 (인터뷰 형식)
- 마을회관, 텃밭, 골목, 오래된 나무… 사진으로 담는다
- 마을 블로그나 구글 사이트에 정리해 올린다
- 나중에는 간단한 마을 책자로 제작해 마을에 기증
기대 효과:
- 나와 마을 사람들 간의 ‘대화’가 시작된다
- 마을의 소중한 기억이 기록된다
- 외부에도 우리 마을을 소개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된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기록'이지만, 실제로는 '소통'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옛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을의 역사를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나도 마을의 일부가 되어간다. 어르신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하실 것이고, 나는 그 이야기를 통해 이 마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프로젝트는 연결의 시작일 뿐”
이 기획은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일을 통해 나는 마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고,
내가 이 마을에 정착하고자 하는 진심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혼자서 밭을 일구는 것만으로는, 시골살이는 오래가지 못한다.
함께 웃고, 함께 걱정하고, 함께 일할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게 시골에서 살아가는 가장 단단한 기반이다.
“혼자 살아가는 귀농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마을과 연결되는 한 가지 일부터, 작게 시작해보세요.”
나는 아직 이 마을에 정식으로 들어간 것도 아니고, 내 프로젝트가 실제로 이루어질지도 확실하진 않다.
하지만 이 작은 구상 하나가 내 귀농 준비의 중심이 되고 있다.
단지 '내가 살고 싶은 마을'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싶은 마을’을 그리게 된 지금,
귀농은 더 이상 외로운 도전이 아니라 서로 기대는 삶의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다양한 상상의 나래와 함께 구체적인 실행 여부를 가상으로 테스트해본다.
다음 글에서는, 이런 마을 기반의 삶 위에
내가 그리고 싶은 작은 수익 모델과 공동 운영 형태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마을과 함께 자라는 귀농, 그 다음 단계로 이제 나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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